부동산은 온 국민이 수요자이기 때문에 모두가 가격변동이나 정책에 민감하다. 최근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정부 시대,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문가로부터 들었다.
본사 부동산 정책 관련 세미나 개최
지난 4월 25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이석민 사장 및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 정부 시대 부동산 정책과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채상욱 작가는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를 거쳐 현재 업라이즈 크리에이터, 부동산심부름센터 유튜버이자 국토부 주택도시기금위원을 맡고 있다.
강연에서 채 작가는 정책과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 설명과 부양에서 안정까지, 수요 억제가 공급 확대로라는 주제로 그간의 부동산 정책을 점검했다. 마지막에는 윤석열 새 정부 부동산 정책과 시장이라는 주제로 향후 시장을 전망했다. 이날 강연에서 채 작가는 문 정부 정책은 똘똘한 1채 중심과 비주택 시장 강세로 평가했고, 윤 정부 정책은 소형다주택 중심과 주택임대사업자(이하 주임사)·기업 임대 활성화로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두 정책이 사실상 180도 상반된 정책이기 때문에 전환에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은 사상 최고 수준 주택 가격 기록
경제 성장의 흐름에 따라 자산시장의 장기 우상향 추세, 특히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2021년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의 주택 가격 수준을 지속 중이다.
“2016년부터 2019년은 서울 중심으로 강세 사이클이 지속되었지만, 2020년부터는 경기권 등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전국이 강세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경제, 금융, 수요 공급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3가지 키 팩터가 작용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택 건설을 통한 수요 공급과 인구·사회구조, 주택담보 대출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주택보급률이나 전세대출, 택지 개발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이 반영되며 이명박 정부 들어 한강르네상스와 용산 재개발 이슈로 잠시 상승했으나 가격 하락이 지속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전반적인 저금리와 부동산 활성화라는 경기부양책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이때 민간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인 ‘뉴스테이’가 도입됐고(2015.1) 민특법상 임대등록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현 주임사의 근간을 마련하면서 주임사 제도가 핵심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채 작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인 활성화 정책이 펼쳐짐으로써 2016년 이후 부동산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완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문 정부, 부동산값 잡기 위한 규제 강화 시도
문 정부는 초기에 시장 규제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를 보이다가 곧바로 8·2대책으로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넉 달만에 12·13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너에 몰려 있던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보유공제 70%라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증가하고, 갭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2020년 하반기 임대차 3법 제정을 전후로 임차료 급등기에 진입하며 ‘영끌’ 주택수요가 재점화되면서 임차료와 매매가가 급등했다. 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공급 확대를 시도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해 127만 호를 공급하고 3080대책으로 83만 호 추가 등 총 210만 호의 공급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공급 계획이고 2027년이 되어야 그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장의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윤 정부, 민간시장 활성화 추진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채 작가는 현재까지 인수위가 내놓은 입장을 봤을 때 대통령 후보 시절 내놓았던 공약이 그대로 새 정부로 승계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정부는 임대차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시장 여건을 고려해 매입임대용 소형아파트의 신규 등록을 허용하고 종부세 합산과세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 등 등록임대사업자의 지원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해 전월세난을 해소하겠다는 공급 계획도 밝혔다. 공공택지에서 민간에 배정된 택지 물량 일부를 민간임대주택으로 배정하고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 공제율을 현행 70%에서 80%로 상향하는 등 세제 및 금융지원 강화로 장기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수도권 130만 호 이상 최대 150만 호로 향후 250만 호 이상을 공급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의 합리적 조정 등도 공급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주택법과 별도로 ‘리모델링 추진법’을 제정해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도 밝혔다. 이외에 1기 신도시 재정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세제 전반 완화, LTV 규제를 단순화하고 주택 수에 따른 규제방식으로의 전환, 청년원가주택 30만 호, 역세권 첫 집 주택 20만 호 등 청년층에게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의 기회 제공, 청약제도 개선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시장, 민간임대주택 공급 등 건설 활성화 기대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임사 부활 및 3기 신도시 기업형 임대주택 부활 등 수요 확대 정책이 근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환 전 차관이 투트랙 과세라는 표현을 쓴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취득세와 종부세의 세제 개편도 확실시된다. 특히 종부세는 세율과 2주택 중과세 개념의 폐지가 예상된다.
“결국 1채냐 2채냐가 아니라 ‘부동산 공시가격의 총합이 얼마냐?’에 따라 보유세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는 중소형주택 구매 촉진 요인이자 새 정부 정책의 전제조건과 같아서 향후 소형주택 중심의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채 작가는 윤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를 육성시키겠다는 계획이 분명하다고 읽었다. 3기 신도시 및 지방 분양 경기와 밀접한 이슈이며 제도 개편 시 공급 확대로 이어질 요인인데, 이렇게 제도가 전환되면 현재 비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피스텔의 주택 수를 미반영하는 것으로 개정할 경우 오피스텔 건설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또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분양가 상한제, 고분양가 심사기준, 초과 이익환수제 개편 등은 구도심 공급 확대 이슈로 볼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 중 리모델링은 시공사 선정 단계가 조합설립 인가 후로 빠른 편입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시차를 두고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바텀업 방식이므로 ‘찜’ 개념이 확대 중입니다.”
채 작가는 다만 리모델링은 매출까지 걸리는 기간이 초장기이고 수주 후에도 시공사 변경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3기 신도시에 공급하는 택지의 뉴스테이 버전, 즉 현 분양전환임대주택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해볼 만하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발 인플레이션 확대로 건자재·에너지 코스트가 급상승해 공기 연장에 따른 원가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보였다. 더불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라 현장 내 안전관리 비용과 원가 인상 요인을 계약에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 인수위가 아직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 급등 혹은 하락할지, 건설시장이 활성화될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글 편집부 사진 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