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면 ‘위스키’
위알못 위한 입문 설명서

여행 다녀오며 면세점에서 선물용으로나 고르던 위스키가 맥주, 와인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 위스키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가 하면, 스타벅스에서는 위스키 향을 가진 음료를 선보일 예정일 정도. 일본에서는 NFT 기술을 활용해 위스키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위스키에 관한 기본 정보와 추천, 맛있게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힙’한 술, 위스키!

술맛 좀 아는 사람이라면 와인 지고 위스키가 뜬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위스키는 세상의 고락을 겪은 중후한 남자의 술, 일명 아재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요즘은 203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이며, 위스키를 사기 위해 편의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위스키의 인기는 팬데믹으로 여럿이 어울리는 술자리가 줄고, 홈술과 혼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취하기보다는 술의 향과 맛, 스토리를 음미하고 싶은 마음, 내 취향대로 ‘제조’해 마시고 싶은 마음을 위스키가 저격했다는 것. 구하기 어렵거나 고가의 위스키는 가심비를 채우는 플라시보 소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위린이 위한 기본기 다지기

위스키는 국가나 제조회사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다. 재료의 작황 상태와 숙성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위스키 입문 단계에서는 재료와 블렌딩에 따른 구분을 먼저 알아보자.

  • 싱글 몰트 위스키_ 한 양조장에서 발아한 보리로만 만들어 가격이 비싼 편이다. 글렌피딕, 더 맥켈란, 발베니, 더 글렌리벳 등이 있다.
  •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_ 싱글 몰트끼리 혼합한 술로 임페리얼스무스, 몽키숄더 등이 있다.
  • 그레인 위스키_ 보리를 제외한 쌀, 옥수수, 호밀, 메밀과 같은 곡물에 몰트의 효소를 섞어 만든다.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블렌딩할 때 사용되곤 하지만, 오래 숙성하면 깊고 강한 맛이 난다.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 로크로몬드, 헤이그클럽 등이 있다.
  • 블렌디드 위스키_ 여러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해 다양한 맛을 낸다. 숙성 연도는 숙성이 가장 덜 된 위스키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가장 대중적인 위스키로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블루 라벨·블랙 라벨 등이 알려져 있다.

위스키 맛있게 마시기

소주는 단숨에 입 안에 털어 넣어야 하고, 맥주는 벌컥벌컥 들이켜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면 위스키는 어떻게 마셔야 할까? 위스키는 마시는 방법이 다양하다. 위스키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눈으로 먼저 빛깔을 보고 코로 향을 맡은 다음 마셔보자. 바로 삼키지 말고 입 안에서 굴려보면 또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또는 첫맛, 중간 맛, 끝맛을 섬세하게 느껴보는 것도 위스키가 주는 즐거움이다.

  • 스트레이트·니트_ 실온 상태의 고급 위스키를 마시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잔에 따르기만 하면 마실 수 있어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잔은 30ml 숏, 60ml 더블 스트레이트 잔이 적당하다. 술의 향을 모아주는 호리병 형태의 노징 글라스에 마셔도 좋다.
  • 온더록스_ 위스키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방법으로 술의 도수를 낮출 수 있어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온더록스를 마실 때는 보통 높이가 낮고 바닥이 두꺼운 원통형 모양의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사용한다. 잔을 꽉 채울 정도의 큰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부은 다음 차갑게 마시면 된다. 크기가 작은 얼음은 빨리 녹아 술이 희석되므로 큰 얼음을 사용해야 한다.
  • 미즈와리·오유와리_ 일본어로 물을 섞는다는 뜻의 미즈와리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마실 때 어울린다. 위스키와 생수를 1:1 비율로 섞으면 맛과 향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도수가 50도 넘는 위스키에 생수를 2~3방울 넣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 위스키가 가진 스모키한 향을 내는 분자가 도드라져 풍미가 짙어진다. 반대로 오유와리는 따뜻한 물을 넣어 향을 느끼기 쉽게 해서 마시는 방법이다. 물의 온도는 40도가 적당하지만, 취향에 따라 30~50도 사이에서 조절해도 된다.
  • 하이볼_ 위스키를 칵테일처럼 가볍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하이볼은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위스키를 ⅓까지 부은 다음 탄산수를 ⅔까지 부어 만든다. 잔은 탄산이 오래 유지되는 폭이 좁고 길쭉한 원통형이 적당하다. 하이볼의 맛은 탄산수의 당도와 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얼음에 닿아서 기화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따라야 한다. 탄산수 대신 진저비어, 얼그레이 시럽, 꿀 등을 넣은 이색적인 하이볼도 즐겨보자.

위스키 매력 즐기기

위스키는 편안한 옷을 입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하며 홈술로 또는 부부끼리, 연인끼리 즐길 수 있다. 대형마트나 주류 전용 가게, 면세점에서 살 수 있고, 외국 여행 중 현지에서 홈술로 어울릴 위스키를 사 오는 경우도 많다. 좀 더 다양한 위스키를 접하고 싶다면 위스키 바를 찾아보자. 잔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 여러 가지 맛과 향을 경험하는 데 부담이 적다.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되는 위스키 정보는 덤이다.
품귀 현상이 생길 만큼 위스키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새로운 사회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위스키를 공동 구매하거나 시세를 조회할 수 있는 앱이 등장했다. 앱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위스키를 살 수 있고, 제품을 주문하고 판매점에서 픽업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매력적인 재테크 대상이 되었다. 영국의 20대 남성이 아버지로부터 생일마다 선물 받은 맥캘란 18년이 790만 원에서 6천3백만 원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는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일본의 한 스타트업은 NFT 기술을 활용해 위스키의 숙성 단계에서부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자녀의 탄생이나 결혼 연도에 해당하는 빈티지 위스키를 구해 소장의 즐거움과 가격 상승의 기대를 모두 누리는 경우도 있다. 맛과 향을 넘어 재테크의 수단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위스키. 켜켜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위스키가 숙성되듯 어렵게만 느껴졌던 위스키가 새로운 문화로 완성되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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