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은 식품, 의료, 국방, 건축 등 그 활용 범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프린터로 만든 주택이 미국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분양 매물로 처음 등장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테마로 평가받는 3D 프린팅이 건축계에 불어올 바람은 과연?
3D 프린팅 주택 매물 첫 등장
올해 1월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마을 캘버턴에 3D 프린팅으로 지은 견본주택이 문을 열었다. 3D 프린팅 건축 전문 기업인 SQ4D가 지은 이 주택은 면적 157.9㎡(약 48평)로 방 3개와 욕실 2개를 갖춘 단층집이다. 현재 미국 부동산 거래 사이트 질로우에서 29만9,999달러(한화 약 3억 3천만 원)로 분양 중이다. 실제 주택이 지어질 뉴욕주 리버헤드 지역에서 같은 면적의 주택 평균 가격이 약 48만 달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훨씬 낮은 가격이다.
SQ4D가 일반인 대상 분양 매물로 선보인 3D 프린팅 주택. ©SQ4D
견본주택을 짓기 위해 동원된 인부는 3명이고 준비 작업은 8~9일이 걸렸지만, 순수하게 3D 프린팅으로 건축에 든 시간은 48시간 불과 이틀이었다. SQ4D에 따르면 시멘트를 주로 사용한 이 집의 수명은 최소 50년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됐던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우리의 실생활에 성큼 다가왔음을 깨닫게 해주는 뉴스라 하겠다.
3D 프린팅 주택 건설에 사용된 대형 프린터(왼쪽)와 벽체. ©SQ4D
세계 각지의 3D 프린팅 건축 사례
SQ4D는 2019년 자동화 로봇 건설 시스템을 적용해 세계에서 가장 큰 3D 프린팅 주택을 지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주택은 면적 177㎡(약 54평)로 프린팅 시간 48시간, 총 공사 기간 8일, 재료비 약 700만 원으로 완성됐다. 2025년까지 건축물의 25%를 3D 프린터 기술을 사용해 짓겠다는 두바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3D 프린팅 사무실이 있다. Apis Cor(아피스 코어)가 지은 2층짜리 건물은 면적 640㎡(약 194평), 높이 9.4m에 달한다.
두바이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3D 프린팅 사무실. ©Apis Cor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Winsun(윈순)은 2014년 건설 폐기물을 재활용한 폭 10m, 높이 6.6m짜리 주택 열 채를 대형 콘크리트 3D 프린터로 하루 만에 짓기도 했다. 가격은 불과 한 채당 4,800달러(약 540만 원). 2층 주택을 3D 프린터로 단 한 번에 찍어낸 벨기에 Kamp C(캠프 씨)의 성과도 놀랍기만 하다. 현장에서 각 부분을 조립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단층도 아닌 2층짜리 주택을 한 개의 건축물로 제작해낸 것이다. 자재의 압축 강도가 기존 건축물 대비 3배나 높아 내구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한 번의 인쇄로 완성한 Kamp C의 2층 주택. ©Kamp C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튼튼하게
노련한 숙련공이 적어지고 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막대한 건축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건축은 혁신이란 단어로는 부족할 만큼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단시간에 여러 채를, 더 튼튼하게 지을 수 있다면 누가 이 기술을 거부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건축이 환경과 자원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시간과 비용 절감에서 앞서가는 3D 프린팅 건축 기술.
대형 재난으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내 집을 갖지 못하는 빈민층의 주택 공급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인 아이콘이 가진 3D 프린터 ‘불칸2’는 가로 10m, 세로 3.3m 크기에 불과해 이동이 수월하다. 아이콘은 실리콘밸리의 비영리 사회적기업 New Story와 협업해 이 작은 3D 프린터로 멕시코 남부 오지 마을에 빈민층을 위한 주택을 지었다. 윈순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하루에 15개씩 콘크리트로 만든 오두막 형태의 격리병동을 만들기도 했다. 건축물 파편을 재활용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아이콘 사가 3D 프린터로 완성한 멕시코 주택. ©NEW STORY
시장조사 회사인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의 조사에 따르면 3D 프린팅 건축 시장 규모는 2019년 36억 원에서 2024년 1조 9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3D 프린팅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저조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혜롭게 맞이하기 위해 좀 더 3D 프린팅 분야에 주목할 때이다.
글 편집부 이미지 Apis Cor 홈페이지(www.apis-cor.com), Kamp C 유튜브, NEW STORY 유튜브, SQ4D 홈페이지(www.sq4d.com),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