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는 OSC(Off-Site Construction)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시스템 욕실의 정착을 위해 경기도시흥 배곧신도시에 쇼룸을 구축해 지난 4월 1일 개관했다. 기존 습식 욕실에 반해 시공의 편의성과 균일하고 높은 품질을 보장하는 시스템 욕실 공법은 건설 현장의 풍경을 변화시킬 것이다. 건축기술팀 오상욱 팀장과 유동우 프로를 만나 시스템 욕실 공법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다.
공정 줄이고 품질 높이는 시스템 욕실 공법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건설업계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건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라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OSC 공법 적용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공법으로 선정한 것이 시스템 욕실이다.
기존의 욕실 공사는 벽돌을 쌓고 미장해 벽을 세운 다음 방수하고 그 위에 타일을 붙이고 각종 전기설비 및 가구 등을 설치하는 과정을 밟았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공종과 관련한 업체와 기술자가 별도로 투입되는 방식이다 보니 현장 관리와 품질 관리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욕실은 가장 많은 하자가 발생해 준공 후까지도 자원이 많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시스템 욕실 공법은 다양한 공종들을 한 개의 전문업체의 영역으로 묶어 시공 및 품질 관리를 용이하게 한다. 필요한 자재 전량을 공장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 하에 제작하여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게 되는 OSC 공법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시스템 욕실 쇼룸 개관 배경
시스템 욕실 공법은 예전부터 알려진 공법이다. 당시에는 일반적인 화장실과는 다르게 플라스틱 마감재를 사용하여 오로지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소비자들로부터 쉽게 외면을 받았다. 최근에 와서 기술 발달로 원하는 마감 사양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욕실이 개발됐고, 기존의 우수한 기능성은 그대로 살릴 수 있게 되면서 도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현장 내 마련된 시스템 욕실 쇼룸.
한라는 시스템 욕실 쇼룸을 통해 품질 및 기술적인 부분을 확인시키고 실제와 동일하게 시공된 욕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발주처나 설계사 등은 아직도 예전 시스템 욕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고, 당사의 기술 인력 역시 새롭게 개발된 시스템 욕실 공법에 대한 기술 지식은 부족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규 공법 도입에 대해 발주처나 관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최대한 전환함으로써 시스템 욕실 공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 욕실 공법 도입을 담당하는 건축기술팀 오상욱 팀장(왼쪽)과 유동우 프로.
한라 시스템 욕실 공법의 차별화된 우수성
첫 번째는 품질이다. 시스템 욕실 공법은 공장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자재를 생산해낸다. 벽체와 바닥 방수판은 품질 검수를 통해 성능을 100% 발현할 수 있는 제품만 출고함으로써 현장 인력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품질 저하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시스템 욕실 공법의 두 번째 장점은 시공성이다. 수십 가지의 공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공하는 기존 습식 욕실 공법 대비 공장에서 생산되는 벽체와 바닥 방수판만으로 건축 공종 개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기와 설비 영역까지 시스템 욕실 업체의 관리감독 하에 시공되므로 우수한 품질로 마감할 수 있다.
방수 공정을 없앤 벽체 & 바닥 방수판
벽판으로 사용되는 PU 복합판넬은 단열재 소재인 폴리우레탄을 고밀도로 압착해 타일을 부착하므로 접착성이 우수해 떨어질 우려가 없다. 또한 경량 부재를 사용해 가볍고 방수 성능이 뛰어나며 석고보드 대비 7.5배의 단열 효과를 가진 반영구적인 자재다. 향후 인테리어를 목적으로 욕실 공사가 필요할 경우 그대로 해체해 재시공할 수 있어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양호하다. 건축기술팀은 향후 보수 공사 수행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전문업체와 협업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PU 복합판넬은 송도레지던스 오피스텔, 서울대 시흥 캠퍼스 내 교직원 숙소, 신월성원자력 직원 사택 현장에도 적용됐다.
PU 복합판넬을 시공한 벽체 단면.
한라가 선택한 바닥 방수판 공법은 TPR 방식이다. SMC/FRP 방식과는 소재가 다르고, 무엇보다 설치 방법이 크게 다르다. SMC/FRP 방식은 철근콘크리트 슬라브 공사 -> 모르타르 타설 -> 방수판 설치 -> 접착제를 사용한 타일 시공 순이다. 이 방식은 모르타르 타설면과 방수판이 밀착되지 않을 경우 방수판 하부에서 공명음이 날 수 있고, 평평한 방수판 면에 타일을 부착하다 보니 물길을 만드는 데 제한적이다. 그에 반해 TPR 방수판은 철근콘크리트 슬라브 공사 후 방수판을 먼저 깔고 모르타르를 타설한다. 두께가 최소 4cm 이상 되는 모르타르층이 그 무게로 바닥판을 철근콘크리트 슬라브에 밀착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기존 시스템 욕실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던 바닥 공명음 문제를 해결했다. 모르타르 설치 형태에 따라 물길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TPR 방수판을 시공한 바닥 단면.
“기존 욕실과 시공 절차상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장에서 시공되던 방수 및 벽체 타일 부착 공종을 공장에서 제작된 벽체판넬과 바닥 방수판으로 대체한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는 건식 방식의 체결 절차 정도로 기본 공사가 끝납니다. 이후 나머지 공종은 기존의 방식대로 설치합니다.”
시스템 욕실 공법 도입과 기대 효과
지난 4월 1일 문을 연 쇼룸은 경기도 시흥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현장(정왕동 2555-1)에 위치한다. 시흥 배곧신도시는 한라가 기획하여 개발사업에 참여 중인 곳이다. 한라의 역량이 총망라된 상징적인 곳에서 발주처와 주택조합원, 한라 임직원은 시스템 욕실 공법을 경험해볼 수 있다. 쇼룸에는 부부 타입과 공용 타입 욕실이 1개씩 시공돼 있다. 그 외 벽과 바닥 단면을 노출해 습식 공법과 다른 시공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고, 공법 소개 자료와 부품 샘플 전시 및 설치 과정 동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또, 한라 공동주택 마감 사양을 준수해 시공했기 때문에 기술적 우수성은 물론 실제 지어질 욕실과 동일한 시공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한라 공동주택 마감 사양을 적용한 부부 욕실(왼쪽)과 공용 욕실.
건축기술팀은 적용이 가능한 공동주택의 욕실 공사는 모두 시스템 욕실로 시공하고자 한다. 현재 소위 Top 10이라 부르는 상위 건설사 정도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시스템 욕실을 시도하고 있는데, 당사의 시스템 욕실이 성공적으로 보급된다면 한라는 스마트 건설을 선도하는 업계의 선두주자로 각인될 수 있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한라가 시공한 고품질의 욕실이 소비자에게 인정받아 비발디 브랜드의 인지도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 욕실 공법은 광양 황금택지지구 26-1블럭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며, 영천시 조교동 민간임대주택 신축공사, 부산 문현제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사 현장 등과도 논의 중이다.
“쇼룸은 올해 연말까지 1차 운영되는 동안 상시 개방하여 시스템 욕실의 장점을 알려드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공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더불어 가까이에서 개관에 큰 도움을 주신 서울대스마트캠퍼스4차 현장의 박병선 현장 소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쇼룸 내부 모습.
“한라가 스마트 건설을 선도하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OSC 공법, 모듈러 기반의 건축 방식에 관심이 큽니다. 현재 국내의 OSC 공법은 PC 공법과 모듈러 공법 두 가지로 대표되고 있는데 아직 제도적 미비로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기능 인력이 줄거나 노령화되고, 노무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실을 보면 OSC 공법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입니다. 한라는 발빠르게 시스템 욕실 공법 외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PC 공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연내 현장 3곳에 적용하기 위해 협의 중입니다. 모듈러 공법 또한 건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전문업체와 협의하며 하반기에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건설 시장을 선도적이고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글 편집부 사진 이수민 주니어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