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고 때론 방치되며 사회적 문제가 된 천덕꾸러기, 건설폐기물. 앞으로 건설폐기물 처리가 엄격해지고 재활용 비율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시행될 분별해체와 순환골재 사용의 의미를 알아보고, 건설사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건설폐기물, 함부로 버리면 큰일
건설폐기물이란 토목 공사, 건축 공사, 산업설비 공사, 조경 공사, 구조물 해체 공사 등에서 발생하는 5톤 이상의 폐기물을 말한다. 거푸집과 가설재 등의 폐목재, 스티로폼과 비닐 등의 폐합성수지, 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콘크리트, 폐벽돌, 폐금속류 등 그 종류만도 10여 가지가 훌쩍 넘는다.
최근 건설폐기물 처리에 관한 법적 제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4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건축물 철거 시 분별해체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도 건설폐기물의 증가 추세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대한 분별해체, 순환골재 사용을 의무 시행하기로 하고 점차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건설폐기물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분별해체 & 순환골재 사용이 핵심
시행 내용의 핵심은 분별해체와 순환골재 사용이다. 분별해체는 건축물 철거 시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은 미리 제거해 재활용이 가능한 폐콘크리트 등과 혼합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적용 대상은 국가·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 철거 공사이며, 건설폐기물은 종류별(14종)로 분리·해체해 배출해야 한다.
순환골재란 물리적·화학적 처리를 거쳐 건설폐기물을 순환골재 품질기준에 맞게 만든 재생골재를 말한다. 앞으로 서울시 및 산하기관 발주 공사 중 1,000㎡ 이상 건축 공사 등은 골재 소요량의 40% 이상을 순환골재로 반드시 사용해야만 한다.
재활용 넘어 자원순환의 가치
인간이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며 무분별한 건설폐기물 처리로 인한 환경 오염은 결국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콘크리트 골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재활용을 확대하는 일은 중요하다. 건설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중간 처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재사용폐콘크리트과 폐아스콘은 건설자재 대체품이나 도로 포장용으로, 폐목재는 파쇄 후 우드 칩, 합판, 고형 연료 등으로 재탄생한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3단계 건설사업 중 43만 톤의 순환골재를 활용해 총 154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2022년까지 이어지는 4단계 건설사업 기간 중에는 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 등을 재가공해 주차장, 도로 등의 기반공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112억 원의 예산 절감은 물론 3천 톤 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노력이 커지면 재활용을 포함하는 상위개념인 자원순환의 차원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건설사 ESG 경영에 일조
건설사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용어) 경영 측면에서도 각종 건축 자재와 폐기물을 다루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SK건설은 작년 환경관리회사인 EMC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일반·건설 폐기물 처리 및 폐열을 이용한 스팀 생산 전문 회사인 클렌코 경영권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다. 올 5월에는 회사 이름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통해 환경 기업으로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기업의 의지가 읽힌다.
공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동부건설은 건설폐기물 중간 처리 전문 회사에 투자한 데 이어 동부엔텍을 설립하고 생활폐기물 처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이에스동서는 2019년 건설폐기물 처리 기업인 인선이엔티를 시작으로 코엔텍, 새한환경, 영흥산업환경 등을 인수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시대는 과거가 됐다. 특히 자원 고갈,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여겨진 건설사는 이해 관계로부터 요구되는 기대에 부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건설 잘 하고, 건설폐기물 처리까지 잘 하는 건설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꿀 수 있다.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