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낮은 사업성과 규제라는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뜨거운 수주 경쟁이 펼쳐질 리모델링 시장의 현재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리모델링 시장, 2033년 44조 원 규모 기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25년 37조 원, 2030년에 44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리모델링은 노후된 아파트를 수직·수평으로 증축하거나 별도 건물을 새로 짓는 등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건축 방식이다. 요즘은 공사비를 추가해서라도 아파트를 고급화하여 시세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더해졌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을 업고 리모델링 가치가 높아지면서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GS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3곳은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눈을 돌린 이유는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하고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 최소 연한이 준공 후 30년인데 반해 리모델링은 그 절반인 15년이 지난 아파트가 대상이다. 안전진단등급도 재건축은 최소 D등급(조건부 허용) 이하지만, 리모델링은 B·C등급 이상이면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재건축보다 수익성은 적지만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의 차이도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터 지방까지 리모델링 열풍
서울시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리모델링 사업 추진 공동주택 단지는 총 51곳으로 그 중 강남구 청담동 건영, 개포동 대치2단지,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 송파구 가락동 쌍용1차,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등 29곳은 조합 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 중 14곳은 강남 4구로 나타났다. 이중 시공사로 쌍용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된 송파구 가락동 쌍용1차 아파트의 공사비는 국내 리모델링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8,000억 원에 달해 화제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서는 소규모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은 지 20년 차인 잠원훼미리아파트는 별동을 증축해 288가구에서 310가구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건축 심의를 신청했다. 입주 24년 차 잠원현대훼밀리아파트는 주민 동의율 80% 가량을 확보하고 각 동에 2~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리모델링 바람은 지방에도 불고 있다. 노후 아파트 비율이 61%에 달하는 부산광역시는 대규모 아파트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 중이다. 부산광역시 내 최대 규모 단지인 해운대 그린시티가 리모델링 추진 연합회를 공식 발족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42개 단지, 3만 여 세대로 이중 92%가 지은 지 20년 넘어 노후화 억제와 주거 기능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미빛 전망 속 풀어야 할 과제
리모델링 사업이 거주자에게는 답답한 재건축의 대안으로, 건설사에게는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건축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에만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우선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 후 신축하는 게 아니라 기본 골조(내력벽)를 두고 새로 짓다보니 구조 변경이 자유롭지 못하다. 수직 증축은 수평 증축보다 사업성은 뛰어나지만 안전성 절차가 까다로워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안전성을 보장하되 정부의 규제 완화가 따라야 리모델링 사업이 순조롭게 시도될 수 있다. 건설사들은 무작정 수주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단지에 집중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