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전에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반면 단일 건설사 입찰을 원하는 조합원의 목소리도 크다. 건설사 컨소시엄이 가진 장점과 우려, 여러 실제 사례를 통해 현주소를 읽어본다.
대형 건설사, 뭉치면 산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0년대 초반에는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소위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 건설을 수주하는 일이 많았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정비사업이 활성화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대형건설사들은 수주 실적은 올리면서 대규모 단지를 단독으로 공사하는 부담을 줄이고자 컨소시엄 구성을 선호하게 된 것. 공구를 나눠 공사하기 때문에 관리해야 하는 공사 면적이 줄어들므로 인력 구성과 관리 측면에도 훨씬 유리하다.
또한 수주를 위한 비용 지출은 물론 조합에 대여금을 지불하고 분양 후 정산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컨소시엄은 그만큼 자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건설사들은 수주 경쟁이 줄어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조합은 단독 수주 선호 경향
조합원의 입장은 다르다. 근사한 새 아파트를 소망하는 조합원이 정비사업에 거는 기대는 명료하다. ‘하루라도 빨리 좋은 브랜드의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 조합원은 여러 건설사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벌이면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건설사 컨소시엄의 경우 조합원 의사결정이 더뎌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지 않고, 여러 브랜드가 섞여 아파트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시공 품질에 대한 불신이 크다. 각 건설사가 담당하는 공구에 따라 같은 아파트라도 단지별로 시공 품질에 차이가 생길 수 있어서다. 만약 준공 후 하자라도 발생한다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고스란히 입주민의 피해로 남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단지 사업장에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면서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넣는 경우가 증가했다.
그에 반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재건축 단지·1,970가구)과 동작구 흑석11구역(재개발 단지·1,509가구)은 대규모 단지인데도 시공사로 단일 건설사를 선정했다. 사업비만 1조 원에 달하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 사업은 갈등을 겪고 있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섰으나 조합은 입찰 공고 취소를 논의할 계획이며 컨소시엄 구성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의 다양한 사례
건설사 컨소시엄을 선택한 정비사업장이 있다. 올해 초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 2,200세대 규모로 공사 금액이 4,77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방에서는 좀 더 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 부산 좌천·범일 통합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현대엔지니어링·GS건설, 7,183억 원), 대전 동구 성남동3구역 재개발 사업(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7,051억 원) 등이 그 예이다.
그에 반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재건축 단지·1,970가구)과 동작구 흑석11구역(재개발 단지·1,509가구)은 대규모 단지인데도 시공사로 단일 건설사를 선정했다. 사업비만 1조 원에 달하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 사업은 갈등을 겪고 있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섰으나 조합은 입찰 공고 취소를 논의할 계획이며 컨소시엄 구성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건설사 컨소시엄에 거는 기대
건설사 입장에서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이유가 조합원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건설사 단독으로 대규모 단지를 진행하던 중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 건설사가 사업을 중단하게 될 수 있지만, 컨소시엄은 남은 건설사가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건설사의 기술이 집약돼 차별화된 평면과 커뮤니티 등으로 높은 시세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컨소시엄 구성을 두고 사업 진행 시 여러 건설사 중 한 곳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대표사가 전체 공사를 지휘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고 밝히며 조합원 설득에 나선 건설사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명암을 달리하고 있는 건설사 컨소시엄, 조합원의 요구와 기대를 총족시키며 앞으로 선전할 지 그 행방이 궁금해진다.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