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산업 기상도

마침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일까? 엔데믹 시대의 문이 열리며 세상은 산업 지형도를 다시 한번 크게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라져 있을 새로운 세상에서 웃는 자 혹은 우는 자는 누가 될까?

엔데믹 이코노미 예상

이제 코로나19는 풍토병으로 분류되며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엔데믹이라 부른다. 일상으로의 회복을 꿈꾸며 설레는 만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과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게 사실이다. 산업계도 엔데믹이 가져올 시장 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생존과 성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안타깝게도 모든 산업이 핑크빛 미래를 맞이하지는 못할 것이다. 팬데믹 시대 호황을 누린 산업이 침체하는가 하면, 최대의 피해를 본 산업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장애물까지 극복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팬데믹 이후 가수 임영웅, 성시경, 싸이 등이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고, K-POP 전사들의 월드투어 일정이 본격적으로 잡히고 있다. 엔터사들은 회당 모객 수 확대로 올 하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음반 판매량 증가도 긍정적인 신호.

영화

‘범죄도시2’가 엔데믹 시대 첫 1,000만 영화가 되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도 개봉 13일 만에 50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지난 5월 관람객 수 1,183만 명 기록하며 극장가는 손익분기점 달성을 예상한다. 이에 이어 ‘탑건’, ‘쥐라기 공원’, ‘스타워즈’ 등 명작들의 속편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극장가는 들떠 있다. 극장 취식 제한이 해제되며 관람객 증가로 매점 매출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

팬데믹 시대 항공업계는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최근 주요국들이 출입국 규제를 완화하며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월 23일부터 입국 전 코로나19 진단 검사로 PCR 검사와 함께 신속항원검사(RAT)를 인정하기로 해 입국 절차가 간소화됐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연말까지 국제선 항공편을 2019년 4분기의 약 50% 수준까지 회복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항공업계도 잇단 증편을 통해 그동안 운항을 멈췄던 노선을 하나둘씩 복구하고 있으며, 항공업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여행 & 레저

대면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억눌렸던 이동·관광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앱의 경우 이용자는 감소했지만, 주간 활성 이용자 수로 세분화해서 보면 4월부터 주간 단위로 빠르게 늘고 있다. 레저 업계도 빠르게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4월부터 띄어 앉기 등 규제가 완화된 외국인 카지노는 3분기 일본과의 여행·관광 목적 입국이 재개되며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배달

코로나19 최대 수혜자였던 배달업계가 위험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배달플랫폼 월간 이용건 수를 집계한 결과 3월 2448만 4229건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5월에 2335만 8572건까지 줄었다. 반면 음식점, 술집 현장 매출은 크게 늘었다. 너무 뛴 배달비로 소비를 위축시키고, 식당도 앱을 통하지 않는 배달을 시도하는 등의 변수도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수입이 줄어든 라이더들의 배달업 이탈이 시작되며 중고 시장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대거 거래 중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음식료

지난해부터 식료품 가격이 오르며 올해도 해당 업계의 매출액 성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밀가루, 식용유 등은 가격이 올라도 대체품이 없는 필수소비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그동안 참아왔던 외식, 모임 등이 늘며 외식비 지출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런 점을 근거로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엔데믹 시대에 필수소비재 업계만 선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디스플레이 & 가전

월급은 그대로, 물가는 상승하는 가운데 실질소득은 감소하다 보니 소비 여력이 위축되며 디스플레이 수요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가전 업종은 보복 소비로 호황을 누려왔지만, 실내 생활이 줄어들면서 판매 성장률이 감소했다. TV와 에어컨, 세탁기와 같은 대형 가전의 부진이 눈에 띄는데,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1~2월에는 전년 대비 7% 줄었다. 주목할 점은 오프라인 판매가 감소하는 가운데 백화점에서의 매출은 증가했다. 이는 국내 가전 시장의 고급화로 해석된다.

 IT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동안 실내에서 사용하는 IT 기기의 수요는 폭발했다. 호황이 이어지자 반도체 수요 급증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을 불러오기도 했다. 보복 소비와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에 힘입었던 IT 업계의 호황은 식을 전망이다.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도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단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규 수요를 기대한다.

메타버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앱 사용자 수와 사용 시간이 빠르게 감소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원인으로는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고, 메타버스 앱 주 사용자인 10대의 정상 등교가 이뤄지며 사용 빈도가 줄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Z세대 중심으로 앱 다운로드 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LG유플러스가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SK텔레콤 이프랜드가 글로벌 진출에 주력하는 등 국내 주요 IT 업체들도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OTT 플랫폼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 종식으로 일상으로의 복귀, 스트리밍 업체 간 경쟁, 무료 시청자 수 증가 등을 이유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넷플릭스 주가가 35%나 폭락한 것을 봐도 OTT 플랫폼 시장이 요동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엔데믹 전환과 맞물려 OTT 플랫폼 업계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주요 원자재인 강판 가격 상승 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자 자동차 업계는 판매는 줄지만, 수익성은 개선되는 묘한 상황을 만났다. 현대차의 경우 올 1분기 영업 이익이 전년 동월 대비 16.4%, 기아차는 49.2%나 증가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시장에서 가격 인상은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급자 우위 시장 구도가 깨지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역풍이 불 우려가 있어, 치열한 가격 경쟁에 돌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철강·정유·화학

철강 업계의 대표주자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영업 이익률이 10%에 육박하고,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모두 영업이익이 100% 이상 늘며 정유‧화학업체들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정유‧화학업계는 공급가가 인상되고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원료가가 상승할 부담이 크고, 수요 변동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데믹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길게 이어질 불황을 견뎌낼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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