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실험대에 올랐다. 게다가 올여름 유난히 긴 장마와 열대지방을 연상시키는 폭우로 기후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공간, 아파트도 달라지고 있다. 자산이라는 관점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크다. 평범한 아파트는 이제 안녕~.
아파트 구조의 혁신 시작
부부와 한 자녀가 사는 85㎡ 방 3개짜리 아파트가 우리나라 주거 공간의 표준이었다면 그 기준이 달라질 듯하다. 재택근무자가 늘고 자녀들이 비대면 수업을 받게 되자 집은 비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부부 모두 집에서 일하고, 자녀가 두 명, 세 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소형 아파트에 밀렸던 대형 평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일한 평형이라면 획일화된 구조를 벗어나 공간을 쪼개 쓰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인기를 끌던 알파룸 혹은 가벽으로 공간을 나누거나 합치는 유동 공간이 있다면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두뇌 출근의 시대, 오피스 기능 부각
컴퓨터 전원을 켜면 출근 완료. 누군가는 통근이 사라지고 두뇌 출근하는 시대라 말한다. 화상 미팅을 위해 상의 구입이 늘고, 메이크업 효과를 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카페나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마저 주의해야 하는 요즘, 집은 오피스가 되었다. 한라는 일찍이 한라비발디 각 동마다 특허 독립형 라운지 시설 헬로라운지를 선보이며 입주민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헬로라운지는 한라만의 교육특화시설로 스터디룸, 자유독서룸, 입주민 라운지 등 다양한 학습활동으로 활용이 가능한 공간이다. 대림산업은 재택근무하는 입주민을 위해 단지 내 공유 오피스 겸 스터디룸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준공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커뮤니티 시설에 업무지원 공유시설인 프라이빗 오피스를 갖췄다.
아파트 건설사보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건 재택근무자 당사자들이다. 재택근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최적의 업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에 적극적이다. 실제 한샘이나 이케아 등 홈퍼니싱 업체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책상과 의자와 같은 오피스 가구 외에 조명, 향기, 공기청정기 등에도 신경쓰는 추세다.
지루할 틈 없는 놀이터, 집
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온전한 휴식과 자신의 행복을 위한 곳으로 인식된 지는 이미 오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는 집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도 많아진 터라 사람들은 싫든 좋든 홈 루덴스族(집에서 놀이를 즐기며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경향을 띠는 사람)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홈오피스 외 개인 취향에 맞는 취미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주방 기능을 강화해 외식 대신 집밥을 즐기고 소규모 홈파티를 여는가 하면 발코니에 홈가든을 꾸미고,거실에 소파 대신 운동기구를 들이기도 한다. 안방, 거실 등의 전통적인 개념도 희석되는 모습이다.
건강한 집, 안전한 집 추구
과연 집은 안전할까?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의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보다 더 높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들려왔고, 열대 지방의 스콜과 같은 폭우와 폭염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적 변화에 아파트 건설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라는 고유의 특화상품인 ‘에어워셔(미세먼지 제거기)’를 각 동마다 설치하는 시스템을 당진 수청 한라비발디 캠퍼스 아파트에 도입한다. GS건설은 2014년부터 기후 변화에 대응할 조경 설계 연구를 지속해 오면서 도심 속 아파트 내 숲과 같은 생태 조경을 선보이고 있다. SK건설은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클린–케어 평면을 개발했다. 신발 살균기 설치, 클린–케어룸 조성, UV LED 모듈 제균 환풍기와 스타일러 설치 등을 통해 기존 아파트와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외 거실에 중정을 두거나 방마다 테라스를 두는 등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아파트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영역이 집을 중심으로 좁아졌다. 슬리퍼를 신고 나가 쇼핑, 산책 등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슬세권’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달라지면서 고밀도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진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와도, 예측 불가한 이상 기후에도 대처하며 삶의 질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집이 필요하다.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