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 기술을 활용해 취득한 정보를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국내 최초 콘테크 스타트업 엔젤스윙은 드론으로 얻은 데이터를 더욱 가치 있는 정보로 활용하도록 돕는 드론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혁신 기술로 사회와 산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션 아래 활동하는 벤처기업의 날갯짓은 건설 현장에 혁신을 이끌고 있다.
Q. 드론 플랫폼 스타트업인 엔젤스윙은 어떤 일을 하나요?
A. 건설 현장에 드론 장비가 많이 도입되어 있는데요. 드론으로 얻은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으로 변환하고, 건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서비스합니다. 예를 들어 드론이 찍은 사진을 토대로 토목량, 표면적이나 부피 등을 분석하고 계산할 수 있어요. 건설사가 현장에서 알기 어려웠거나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정보와 인사이트를 빠른 시간에 전달합니다. 기존 측량보다 시간은 30배 이상, 비용은 10배 이상 줄일 수 있어요.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정확한 시공을 위한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직접 현장에 가지 않아도 정확한 작업 지시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드론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제공하는 드론 데이터 솔루션 플랫폼 엔젤스윙.
Q. 건설 현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드론을 어떻게 활용하나요?
A. 건설 현장은 변화를 잘 관리해야 해요. 재난 현장 역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야 복구를 위한 장비나 물자 배분, 현장 관리가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이나 재난 현장은 꼭 필요한 정보가 제때, 빠르게 오는 구조가 아니죠. 드론의 탄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비였어요. 공중에서 현장을 내려다볼 수 있으니까요. 넓은 지역에 대한 정보를 빠른 시간에, 공간의 제약 없이 수집할 수 있는 기술적 특장점이 있는 거죠.
그런데 드론을 이용해서 현장 조감도를 찍어서 보고용 회의자료로만 사용한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잖아요. 드론 촬영으로 얻은 사진을 더욱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어내는 게 엔젤스윙입니다. 현장에 있는 자재나 장비를 초고해상도로 볼 수 있습니다. 날짜별로 쌓인 현장 사진을 비교하거나,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으로 변환해 현장을 분석할 수 있어요. 비대면으로 측량이나 작업지시를 내릴 수 있고요. 드론 활용성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의 히스토리가 기록되고, 달라진 현장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겁니다. 현재 건축, 토목, 도로 공사 등 80개 이상의 건설 현장에서 엔젤스윙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건물 하나 올리는 작은 현장부터 대형 건설 현장까지 스마트 건설 기술을 도입 중입니다.
드론은 건설 현장이나 재난 상황 등 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Q. 드론으로 얻은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엔젤스윙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A. 드론을 만들어서 네팔 지진 현장에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2015년 8월, 드론을 만들어 카트만두 대학교에 기부하고, 만드는 방법, 재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토론했죠. 재난 현장에 가서 드론을 날려보고, 취득한 데이터로 워크숍도 열었고요. 네팔에 다녀와 보니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론 기술의 잠재력과 활용 가치를 봤고요. 그때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Q. 지난 6월 엔젤스윙 플랫폼 2.0을 발표했습니다.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가능해진 것은 무엇인가요?
A. 3차원 공간에 시간 축을 결합해, 시간의 흐름 속에 공간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 2.0의 가장 중요한 변화입니다. 엔젤스윙은 건설 현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장에 필요한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어요. 기존 플랫폼은 공간 정보는 있지만, 시간 개념이 없었거든요. 사용자들이 그 부분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이제 데이터를 얻은 날짜를 기반으로 정렬하고 관리할 수 있어, 전 공정에 대한 진행률 파악과 이슈 트래킹이 가능해진 겁니다. 기능을 고도화해서 더욱 실감 나는 3차원 모델을 가시화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갖췄지만 사용하기 쉽고 정돈된 인터페이스로 전환했습니다.
드론 데이터만 있으면 시간의 흐름 속에 공간의 변화를 관리할 수 있는 엔젤스윙 2.0 발표.
Q. 2019년에는 국내 35개 건설 현장과 인도네시아 재난 현장에 투입되었고, 기술 지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하는 등 유독 바쁘셨죠? 특별히 주목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엔젤스윙의 탄생 배경과 방향성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술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방향성, 환경이나 재난,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기술을 접목한 것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단순히 건설업에만 도움 되는 스마트 건설 스타트업이었다면 주목받지 못했겠죠. 덕분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건설업계에 많은 고객사가 엔젤스윙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업계 최고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고요. 지금은 80여 현장에 엔젤스윙이 투입되어 있습니다.
Q. 엔젤스윙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있나요?
A. 기술을 통해 재해나 환경 재난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산업은 건설업인데요. 건설업은 개도국이나 제3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곳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삶의 질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죠.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을 혁신한다면 그 또한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특히 기억에 남거나 소개하고 싶은 사업 성과가 있나요?
A. 지난 2018년 9월 인도네시아 팔루 지역을 뒤덮은 지진과 쓰나미, 지반 액상화를 목격했어요. 그 현장에 엔젤스윙 파일럿을 투입해서 도시 전체를 매핑하고 고해상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행정안전부에 전달해서 재난 피해 규모 산정과 정량 작업의 베이스로 사용됐는데요. 우리 기술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뿌듯했습니다. 건설 현장에 엔젤스윙 플랫폼을 도입한 덕분에 큰 문제점들을 찾아냈다는 코멘트를 받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좋은 피드백이 많은 것도 큰 성과입니다.
엔젤스윙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대면으로도 정확한 작업 지시와 현장 관리가 가능하다.
Q. 한라가 엔젤스윙과 협력할 방안과 협력 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A. 한라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는 만큼, 건설 현장에 엔젤스윙 플랫폼을 바로 적용 할 수 있습니다. 업계 최고의 기술과 기술 지원으로 건설 현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엔젤스윙이 가지고 가는 사회적 미션에 동참해 재해, 재난 현장에서 기술을 통해 사람을 돕는 특별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엔젤스윙이 월드뱅크와 함께하고 있는 캄보디아 쓰레기산 모니터링 프로젝트와 같은 일들입니다.
Q. 해외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는지, 엔젤스윙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국내에서는 후발주자가 있지만 엔젤스윙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상태입니다. 해외에는 사진 기반 측량을 하는 업체들이 있어서, 글로벌 경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제품과 비교하더라도 엔젤스윙을 선택해주십니다. 해외 업체들이 다른 산업에 에너지를 분산할 때 엔젤스윙은 건설 현장에 집중했습니다. 덕분에 기능 면에서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3D 기반 도면을 가지고 시공하는 건설사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모델링한 3D 도면을 엔젤스윙 플랫폼으로 캡처한 현장 사진과 함께 가상화해서 볼 수 있습니다. 모델링을 기반으로 물량화하거나 측량해서 데이터를 산출하는 기능도 있고요. 정확도도 앞서 있는 상태입니다. 쌓아온 기술과 정확도를 고도화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기술지원 인력의 서포팅도 잘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 30대 리더로 선정된 청년 사업가 박원녕 대표.
Q. 앞으로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A. 우선 산업적으로 빨리 성장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1~2개 현장에서 20개, 30개 현장에 도입하는 고객사가 있으니 산업적 가치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요. 그리고 너무 즐겁고 행복해지는 의미 있는 일을 해서, 좋은 인재들이 자석처럼 달라붙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때가 되면 환경 오염 모니터링, 재난 지역 특화 제품 개발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지속가능한 솔루션 비즈니스를 하고 싶습니다. 환경이나 재난 극복이 측정 가능한 지표로까지 나와준다면 더욱더 좋겠죠. 그걸 구체화하는 작업을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편집부 사진 이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