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캐기 위해 광산으로 달려가던 시대가 있었다. 시·공간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미래 공간, 메타버스는 전 세계에 디지털 골드러시를 촉발시켰다. 메타버스는 무엇이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메타버스, 네 정체가 뭐니?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meta)과 우주·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 달리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 조각들로 표현되는 그래픽이라 할 수 있다.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우크래쉬(Snow Crash)』에서 가상의 나라인 메타버스에 들어가기 위해 가상의 신체인 아바타를 빌려 활동한다는 내용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동은 마치 현실 세계처럼 펼쳐지기 때문에 기존의 가상 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IT 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된 메타버스는 3차원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인터넷의 새로운 변신이다.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첫 번째 증강 현실(AR)은 이미 친숙하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포켓몬을 찾으러 다니던 포켓몬고 열풍을 기억할 것이다. 증강 현실은 현실 공간에 2D나 3D로 표현한 가상의 물체를 겹쳐보이도록 해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다. 일상의 경험과 정보를 텍스트, 영상, 사운드 등으로 캡처해 SNS에 올리는 행위가 그 예이다. 타인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기도 하는 건 메타버스의 라이프로깅 서비스 덕분이다. 세 번째는 현실을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반영하되 정보를 확장해 가는 거울 세계다. 가령 전 세계의 위성사진을 수집해 시시각각 변화를 업데이트하는 구글 어스처럼 거울 세계는 현실과 근접해갈 것이다. 마지막 가상 현실(VR)은 현실과 비슷하거나 또는 전혀 다른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해 보여준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과 가상 현실에서 만나는 MBC VR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리즈를 떠올리면 된다.
메타버스 시대의 그늘
가상세계가 가져올 어마어마한 파급효과의 이면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우려된다.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중독처럼 가상세계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고 정체성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현실세계를 벗어난 곳에서 벌어질 도박, 사기, 매춘 등의 범죄는 어떻게 예방할 것이며 현실세계의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용되는 가상화폐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현금과 동등한 가치를 인정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거론된다. 메타버스 시대가 활짝 열린 만큼 부작용에 대한 준비 또한 병행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건설업과 메타버스 상관관계
전 세계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는 얼굴 인식과 AR, 3D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즐기는 제페토를 선보여 글로벌 가입자 2억 명을 확보했다.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로블록스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자 게임 제작 시스템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도 했다.
메타버스가 광고나 영화, 게임 분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건설, 부동산 산업에서도 메타버스 기반의 B2B 가상 세계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가상 현실 개발 엔진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니티는 지난 4월 실시간 3D BIM 솔루션 ‘유니티 리플렉트 리뷰’와 ‘유니티 리플렉트 디벨롭’을 출시했다. 프로그래밍 숙련도에 관계없이 BIM과 CAD 데이터를 3D 모델로 변환할 수 있어 건설 프로젝트 진행 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게임 회사를 인수하고 건축이나 3D 그래픽 관련 B2B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BIM 전문기업인 피식스컨설팅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프론티스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전문기업 코어다트랩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가상 건물, 가상 토지 등 디지털 부동산의 NFT 거래가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았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올림플래닛은 가상주택전시관 서비스 ‘집뷰’를 운영하며 명실공히 가상 현실 기업으로 성장했다.
새로운 인터넷이라 불리는 메타버스는 모든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그 끝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다. 디지털 경제 시대, 급변하는 흐름을 알아차리고 선점하는 기업에게 생존과 도약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