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릴 콘크리트 타설이 11일’, ‘공사 중단’…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수급 차질로 건설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현상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없고, 도미노처럼 분양 시장과 건설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에 불어닥친 원자재 쇼크를 살펴본다.
건설 원자재 상승에 공급망 혼란까지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건설현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철근의 경우 지난 1월 기준 가격이 96만 2,000원(SD400 10mm 현금 기준)이 2월에는 톤 당 99만 1,0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국내 출하 철강재의 약 35%를 소비할 만큼 건설현장에서 필수불가결한 철근 가격 상승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시멘트는 유연탄, 요소수, 전력비 등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시멘트업계 역시 가격을 인상했다. 시멘트 생산에 중요한 요소인 유연탄은 지난 3월에 비해 4월에 11.5% 하락한 204.8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는 작년의 전고점 205.3달러와 차이가 없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레미콘, PHC 파일 등 덩달아 가격이 오르면, 건축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다.
또 하나의 악재는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사려고 해도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류 대란이 벌어졌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교 갈등 등으로 인해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정상적인 원자재 수급은 장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공사 소리 멈춘 건설현장
건설현장에서는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느 현장에서는 하루에 마칠 레미콘 타설을 11일 만에 끝낼 수 있었고, 원자재 수급이 지연되자 공사 일정을 잡지 못하는 현장도 있다. 급기야 공사가 멈춘 현장이 등장했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 현장은 시공사 4곳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조합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공사를 중단한 상태이다. 철근·콘크리트, 창호·커튼월, 화물 연대 등은 오는 6월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공사를 중단하는 현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기 차질과 인건비 증가, 이로 인한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주택 시장 전망
원자재 가격 인상이 가져온 수익성 악화로 주요 건설사의 1분기 영업 이익이 급감했다. 올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관리 비용 상승, 공시지가 상향 조정, 소비자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주택 공급을 연기하는 추세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착공했지만, 일반분양을 하지 않는 재건축·재개발 물량만 무려 1만 가구 이상으로 추산되며,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 3~5년 후까지 공급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게다가 공급된 아파트도 높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건설업계, 사업 수익성 확보와 갈등 조정 기구 필요
건설업계만의 노력으로는 현실을 반영한 자구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정부는 지난 4월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표준건축비를 6년 만에 인상하기로 했다. 2016년 5% 인상 후 서민 주거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미뤄왔던 논의를 재개해 인상 폭을 조율하고 있다. 현실적인 표준건축비 반영으로 시행사가 주택 용지를 분양 받고도 사업을 하지 않던 현상이나 품질 시공 저하 등의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건설 이해자관계자 간 갈등 조율과 원만한 합의를 끌어낼 범정부 차원의 갈등 조정 기구 수립과 운영이 뒤따라야 한다. 자기 이익 실현만을 추구하며 갈등이 악화하고 모두가 공멸하지 않도록, 건설산업군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글 편집실 자료 출처 및 발췌 대한건설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