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무진의 신곡 ‘가을 타나 봐’ 뮤직비디오의 배경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어느새 초겨울의 서늘한 기운이 찾아든 그곳은 포토그래퍼 김소망 작가의 스튜디오이다. 그가 살아온 집은 개인 작업실이자 많은 사람과 누리는 공유의 공간이 됐다.
#PEOPLE
나는 포토그래퍼
김소망 작가는 행운아다. 자신의 마음, 생각, 꿈, 희망, 풍경 혹은 어떤 사람… 이 모두를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수단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든다. 자신을 소개하는 빈칸에 ‘포토그래퍼’라 적는다. 스튜디오 ‘북한강옆작업실’의 오너이기도 한 그는 2019년이 끝나갈 무렵,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났다. 아니 선택했다.
“4년 정도 공유 오피스 사업을 했어요.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진짜 시작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때가 코로나19가 시작된 무렵이었어요.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은 사진 작업이었다. 학부 시절, 기본적인 공부는 마쳤기에 비교적 순탄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스튜디오를 찾은 고객의 의뢰를 받아 주로 아이 사진을 찍는 일이 첫 번째다. 누구나 포토그래퍼인 세상이지만 전문가의 프레임을 기대하는 고객이 많다. 두 번째는 개인 작업이다. 인물을 주로 찍지만, 풍경에도 관심이 많아 와일드한 공간을 찾아다닌다. 영상 작업도 필모그래피에 하나둘 추가하고 있다.
# SKILL
사진은 시처럼, 영상은 소설처럼
김소망 작가는 필름 작업에 몰입한다. 촬영 후 후작업을 공들인다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필름 고유의 질감이 있어서다. 특히 빛이 밝게 나오는 부분을 부각하고 싶은 그는 ‘돈이 많이 들어 고민도 많지만’ 어느새 필름을 갈아 끼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는 그는 레트로한 느낌을 사진에 담고 싶어 코닥 포트라 필름과 가격 대비 이미지 퀄리티가 훌륭한 코닥 프로이미지 필름을 주로 사용한다.
“누군가 사진은 시(詩)와 같고, 영상은 소설(小說)과 같다고 했어요. 사진만으로 전할 수 없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영상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영상은 사진과는 비슷한 듯 분명 다른 영역이다. 작가 혼자 촬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막을 넣고, 음악을 담는 편집 과정이 기다린다. 그 과정에 감각과 감정을 효율적으로 녹아낼 줄 아는 편집자의 개인 역량이 요구된다. 김소망 작가는 그러한 편집자의 역할마저도 흥미롭게 느낀다. 영상이라는 표현의 수단을 하나 더 장착하게 되었고, 얼마 전 찍은 제주도 여행 영상을 본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자신감도 두둑하게 채웠다.
김소망 작가를 소개하며 한 가지 빠뜨린 항목이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 ‘내셔널 기어그래픽’의 운영자이다. ‘세상은 넓고 장비는 많다’는 그의 지론을 반영한 채널에는 각종 장비 리뷰 영상이 가득하다. 소유한 장비가 많고 활용 스킬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채널이다. 그중 스마트폰을 촬영 도구로 활용하는 그만의 팁이 시선을 붙잡는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손에 쥐고 신속하게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엄청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개인도 좋은 사진이나 시네마틱한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듯해요. 누구라도 그 장치를 배워 사용하면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SPACE
현재를 담은 유년의 공간
김소망 작가는 자신의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듯 소중한 공간도 사람들과 나눈다. 앞서 언급한 ‘북한강옆작업실’은 그가 30여 년 살았던 집,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연로한 부모님이 당신들이 직접 짓고 정성스레 가꿔온 집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한 뒤 덩그러니 남게 된 집. 건축 당시 심은 단풍나무는 아름드리 거목으로 자랐고, 주황색 기와는 빛이 바랬다. 가꾸지 않으면 풀이 허리 높이까지 자라던 한적한 동네의 단독주택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스튜디오가 됐다. 사진을 의뢰하러 오거나, 혹은 일정 시간 공간만을 대여하는 고객의 방문이 이어지고, 그의 개인 작업도 진행된다.
리모델링하기 전 집의 모습. ©김소망
“벽돌로 쌓은 벽과 기와지붕만 빼고 모두 달라졌어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죠. 박공지붕을 허물어 철제빔으로 보강하고, 작은방을 터서 공간에 개방감을 줬습니다. 음식을 다루는 곳이라 북측에 자리했던 주방은 햇살이 가득 드는 위치로 옮겼어요. 주방 위치에 불만이 많았던 어머니의 바람을 실현했다고나 할까요?”
어린 시절 넓고 크게 보였던 집이 작게만 느껴졌다는 김소망 작가. 머릿속에 그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 업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대부분 직접 공사했다. 아, 마당은 어머니와 동생의 작품으로 그는 ‘완벽한 공간’이라 말한다. 노루, 뱀, 고양이가 찾아들던 마당 일부는 데크를 깔고, 한쪽은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꽃과 나무로 채웠다. 마당에서 잘 자랄 품종을 찾아내느라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공유 오피스의 경험이 있던 터라 불특정한 다수가 찾아와 시설과 소품을 망가뜨리는 게 싫었어요. ‘이 좋은 공간을 너만 쓰냐?’는 가족들의 일침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는 커피를 내리는 순간, 새빨간 단풍나무를 바라보는 시간, 데크에 앉아 라면을 먹는 재미, 반려동물인 안녕이와 노는 여유, 이런 일상의 시간이 행복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 ‘예쁘다’, ‘살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일 때면 더 행복해진다. 그는 이곳이 그저 편안한 느낌이기를 바란다. 촬영을 위해 오는 사람에게는 ‘북한강옆작업실’, 공간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의미의 ‘BE’라고 다른 이름으로 소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과 추억을 담은 채 새로운 역할로 재탄생된 공간. 조금 삐걱거려도, 살짝 흠집이 있더라도 마냥 좋은 공간을 가졌다는 점도 그가 확실히 행운아라는 증거다.
글 편집부 사진 이보영, 김소망 이미지 제공 FAME 영상 F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