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행복의 집 이야기
유명훈 & 한서형 부부

국내 1호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 유명훈 대표와 국내 1호 향기작가 한서형 부부. 존경과 행복이라는 삶의 핵심 가치를 실천하고,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이들의 하루하루는 밀도 높은 충만감으로 가득하다. 부부의 핵심 가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 그들의 공간 ‘존경과 행복의 집’을 찾아갔다.

# PEOPLE
닮은 듯 다른 우리는 부부다

6월 끝자락에 만난 경기도 가평의 전원마을은 재잘거리는 새소리로 아침을 연다. 오르막길을 따라 푸릇한 신록, 화사한 꽃이 연출하는 광경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길 끝에 이른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걸음 느린 손님을 기다려 주는 집이 있다. 나지막한 뒷산을 배경 삼은 콘크리트 집은 네모반듯한 상자 두 개를 무심히 놓은 듯한 형태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외관의 집에는 Korea CSR 유명훈 대표와 한서형 향기작가가 산다. 유명훈 대표는 ESG 지속가능 경영에 관한 강의와 교육, 컨설팅을 20여 년간 해왔다. 한서형 작가는 향기를 만들고 향기를 매개로 한 전시와 출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긍정심리학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부부는 국제 인증 코칭 과정을 수강하다가 만났다. 수업 파트너가 되었던 날, 두 사람의 대화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성격과 취향은 다르지만,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닮은 점을 발견한 뒤 결혼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인생의 핵심 가치 찾기를 했는데, 남편은 ‘존경’이고 저는 ‘행복’이었어요.
핵심 가치를 마음에 새기며 살자는 의미로 청첩장에 ‘존경과 행복’을 새겼고,
집 이름도 ‘존경과 행복의 집’입니다.”

부부는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다양한 일을 함께 도모한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부족한 면을 보완해 주며 균형을 잡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부부는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따라와 주기를 강요하거나, 따라가기를 원치 않는다. 특히 유명훈 대표는 이런저런 궁리를 통해 부부 사이의 무게 중심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그 과정이 주는 ‘발견’의 즐거움이 크다는 것. 따로 또 같이 가는 길이 꽃길 같겠구나 싶은 유명훈·한서형 부부다.

# SKILL
존경과 행복의 가치를 전하다

존경과 행복이라는 가치 실현은 부부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이 해나가는 다양한 일의 근간이 된다. 한서형 작가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온전하고 평화로울 때 향을 만든다. 건강한 식생활과 요가, 명상을 꾸준히 하고, 향 작업 전 명상으로 마음을 정돈한다. 긍정어와 향을 연결하려는 노력도 한다. 이런 준비를 마치면 향기가 걸어오는 말에 귀 기울인다. 사용 목적이 뚜렷한 향 제작 의뢰를 받았을 때도 다를 바 없다. 제주 유동룡 미술관(이타미 준 뮤지엄)의 ‘이타미 준 시그니처’, 나태주 시인과 펴낸 향기시집 ‘너의 초록으로, 다시’, 최초의 로봇 향기 ‘고마워! 서빙고’ 향은 그렇게 완성됐다.

“어떤 공간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향을 느끼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잖아요.
언제 어디서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이 나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기분이 좋을 때 향을 맡으라고 권해요. 언젠가 그 향을
다시 느꼈을 때 행복을 떠올릴 수 있도록요.”

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달항아리

향기시집과 향 스프레이 ‘너의 초록으로, 다시’

유명훈 대표는 저서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에서 강조했듯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자 한다. 그는 지속가능한 삶이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삶을 의미한다. 세상의 귀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다음 세대까지도 지속가능하도록 보존하면서 우리의 필요를 챙기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기 위해 자기 생명보다 오래 자연에 머물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 물을 아끼는 일 등을 의식하며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서형 작가가 멸종위기종으로 만든 오일 사용을 자제하는 것처럼. 정말 필요한 것만을 엄선해 다 쓰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속가능한 삶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여러 영역 중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어요.
의식주, 교육, 직업, 돈 등 여러 가지 중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의 평화와 행복입니다.
내 마음이 편해야 주변을 바라볼 힘이 생겨요.”

더불어 올바른 대안을 실천할 때마다 자신의 성공으로 여기며 세상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갖는다면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이 있다면 그 길은 한결 더 수월할 것이다. 기업을 넘어 개인의 일상적인 삶에도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이기에 유명훈 대표의 이야기에 더 큰 울림이 담겨 전해진다.

# SPACE
삶의 다양성을 담고 나누는 집을 짓다

‘존경과 행복의 집’은 부부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부부는 가온건축 노은주·임형남 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할 때 오직 존경과 행복을 담아 집을 짓고 싶다는 말과 예산만을 전달했다. 건축사무소는 집을 두 채로 나눈 발상의 전환으로 건축주 부부가 낸 당황스러운 숙제를 해결했다.

집은 일하는 공간인 존경동과 부부가 거주하는 행복동으로 나뉜다. 존경동 1층에는 공용공간과 유명훈 대표의 작업실이, 2층에는 한서형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층고가 높은 존경동만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두 채는 살짝 비스듬하게 대지에 앉혔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각각의 공간으로 이동할 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집에서 늘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의 일종이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집이겠지만, 부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취향 저격인 집이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살과 자작나무로 짠 가구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존경동 1층. 한쪽 벽면을 채운 책장은 다락방을 꿈꾸던 동심을 떠올리게 한다. 각양각색의 식물, 향을 즐기는 데 사용하는 도구들, 빈티지 소품 등 부부의 세련된 감각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공용공간에서는 지속가능한 삶을 안내하는 유명훈학과와 긍정을 주는 향기로운 생활로 안내하는 한서형학과로 구성된 ‘존경과 행복의 학교’ 수업이 진행된다. 부부의 책을 주제로 북토크를 열기도 하고, 작년부터는 예약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공용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면 부부 각자의 작업 공간은 마치 아지트처럼 자신에게 필요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다. 유명훈 대표의 작업 공간은 영국 생활에서 힌트를 얻어 구현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에 사무실을 만들어 일하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취향을 담고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서형 작가의 작업 공간도 비슷하다. 향을 만드는 공간과 책을 읽으며 휴식하는 공간을 꾸몄다.

부부는 앞으로도 ‘존경과 행복의 집’에서 세상의 주류를 쫓기보다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집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성공을 이뤄가는 삶, 남편과 아내가 함께 일하고, 또 각자의 공간을 꾸려나가는 삶….

“그러기 위해 저희 두 사람은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 삶과 비즈니스에서 실천해 봐야 자신감 있게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집은 실천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해 주고
치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편집부  사진 이보영  영상 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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