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인명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는 길어지고 처벌 대상과 의무 조치는 불명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게다가 기업 규제 완화를 약속한 새 정부에서 중대재해법을 개정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주요 골자와 향후 변화를 예상해 본다.
중대재해법 주요 내용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업주가 안전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하는 법이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에 책임을 물었다면,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처벌 대상이 된다.
주요 기업의 중대재해법 대응책
법령 시행에 앞서 주요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안전전담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했다. 또한, 중대재해 관련 가이드와 업무 매뉴얼 마련과 전사 조직별 핵심성과지표에 중대재해 관련 비중을 확대, 도급자 안전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안전 관리 인력을 20% 확대했다. 롯데케미칼은 일찌감치 안전관리에 5,000억 원을 투자하며 안전작업관리 시스템 강화와 안전환경 전문인력 2배 이상 확대를 선언했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외 포스코·현대제철도 안전 조직을 신설해 중대재해법 대응책을 마련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잇따른 사고
올 초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자 산업 현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건설 현장에서는 처벌 대상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공사를 멈춘 경우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지난 3월 8일 기준 건설 현장 사망자는 39명, 부상자가 604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한 결과이다. 다른 산업군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몇몇 중대재해사고 사례를 살펴보자. 광주 HDC현대산업개발(이후 현산) 아파트 붕괴 사고, 삼표산업의 석재 채취장 토사 붕괴로 인한 작업자 매몰 사고,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작업자 아연포트 추락 사고 등이 발생했다. 이중 안전의식이 결여된 인재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현산 아파트 붕괴 사고의 경우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의 영업정지 혹은 토목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는 등록말소 위기에 처했으며 관계자 구속 등이 진행됐다. 현산은 영업정지 전 체결한 도급계약이나 진행 중인 공사는 시공할 수 있다. 이렇듯 인명피해가 큰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각 사업장에서 안전 장비 구비와 근로자 교육에 힘쓰기보다 처벌을 피하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크다.
새 정부, 중대재해법 완화하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로 집중 수사를 받는 사업장이 10여 곳에 이르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중대재해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 근거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중대재해법의 법적 요건이 애매해 형사 기소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기인한다.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이 “기업인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 “경영책임자 구속 여건이 애매하다”고도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중대재해법 안착을 위해 중대재해 예방안 마련과 개정안 대비를 위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예방대책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의 현황 및 통계를 파악해 운영 주체별로 분석하고,국가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찾아 개선하는 방향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더불어 예방과 개선 대책 방안도 제시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대통령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에 지침·해석·매뉴얼 등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필요하면 하위법령을 개정·보완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전국 30인 이상 기업 202개 사를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차기 정부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결과 300인 이상 기업은 최근 5년간 추진된 기업 관련 정책 입법 중 가장 부담으로 작용한 부분으로 중대재해법제정(51.6%)을 꼽았다. 현재로서는 중대재해법의 운명을 가늠하기 어렵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재계와 노동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의의 묘수가 필요한 때이다.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