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서울시의 펀스테이션(FunStation) 프로젝트 1호점으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 러너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개관 후 3개월 만에 방문객 2만 5,000여 명,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 조회 수 640만 회를 넘으며 명소가 됐다. 공간과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 지하 공간의 변모를 소개한다.
핫 플레이스로 변신한 지하철역
서울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은 가장 친근한 대중교통의 하나이다. 그렇기에 회사로, 학교로, 만남의 장소로 가기 위해 수도 없이 오가는 지하철역은 일상 공간이 되었다. 편리한 이동을 위해 찾던 지하철역이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문화와 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펀스테이션’ 조성에 나선 것.
지하철역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이 프로젝트의 1호점이 여의나루역에 조성한 ‘러너스테이션’이다. 지난 5월 개관한 ‘러너스테이션’은 이름 그대로 러너를 위한 곳이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고, 혼자서든 여럿이든 즐기기 좋은 운동으로 러닝이 주목을 받는 추세에 발맞춰 러너들이 선호하는 한강 옆 여의나루역이 낙점되었을 터. ‘러너스테이션’은 기획 단계부터 러닝 전문가와 러닝 크루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간과 시설을 구성해 편의성과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편하고 쉽게 러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연출
‘러너스테이션’은 B1층과 M1층 2개 층에 걸쳐 조성되었다. B1층 베이스캠프에는 러닝 전과 후를 위한 탈의실과 파우더룸, 물품 보관함이 마련되어 편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그 외 신발 소독·살균기가 있으며, 인바디 기계로 신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베이스캠프 내 미디어 보드에는 스트레칭 및 러닝 자세, 러닝 용어, 여의나루 인근 러닝 코스 등의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베이스캠프 입구 기둥에는 러닝 코스 랭킹 보드가 있다. 모바일앱 ‘런플’ 활성화 후 여의도 둘레길 8.4km 코스를 달리면 개인 기록과 남녀별 랭킹이 등재되는 것으로, 러닝의 재미와 기록 경신을 위한 동기유발을 돕는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계단은 러닝 트랙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조명등을 설치해 러닝의 시작과 끝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포토존으로 꾸몄다. 여의도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에도 코스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세웠다.
B1층을 시작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적인 편의시설, 안전하고 쾌적한 러닝을 위한 정보 제공까지 물 흐르듯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콘텐츠와의 결합으로 공간의 가치 상승
‘러너스테이션’이 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이유는 다채로운 콘텐츠와의 연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관 초기부터 서울시 또는 민간기관, 기업 등이 주관한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달리는 거리만큼 뇌병변장애인 러너들을 위한 기부금이 쌓이는 기부 챌린지가 진행됐는가 하면, 4월20일 열린 ‘서울 러너스 페스티벌’에서는 기부 챌린지는 물론 러닝 크루 랭킹전, 전문가 러닝 토크쇼, 러닝 크루 플리마켓 등이 펼쳐졌다.
올 하반기 프로그램도 시작됐다. 8월 19일부터 러닝 입문자를 위한 전문 러닝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법을 배우는 가이드 러닝 클래스도 마련된다. 9월까지는 베이스캠프에서 무동력 트레드밀 체험과 전문가 코칭 서비스가 이어지고, 11월에는 20m 단거리, 단체 계주가 예정돼 있다. ‘러너스테이션’에서 참여할 수 있는 하반기 프로그램 정보는 ‘런플’ 애플리케이션과 ‘핫둘핫둘서울’ 인스타그램(@hot2hot2seoul20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러닝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러너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달리며 더불어 사는 가치를 경험하게 하고, 올바른 러닝 문화를 확장해 가는 기회를 만든다. ‘러너스테이션’은 공간과 그에 적합한 콘텐츠가 만났을 때, 비로소 그 공간이 조성한 목적에 맞는 제 역할을 해내며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앞으로 10여 개의 펀스테이션이 추가로 조성된다. 한강변에서의 쉼과 여가를 위한 ‘휴식역 자양’, 다목적 운동 공간이 될 ‘헬시 파트너 뚝섬역’, 액티비티 스포츠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 될 신당역 등이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공간, 지하철역의 변화무쌍한 도전을 기대하며, 참여자로서 공간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 큐레이션 칼럼에서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한 건축물을 소개합니다. 쓸모 없어진 건물을 리노베이션하여 기능을 부여했거나, 특정한 대상을 위해 조성된 건물 등을 통해 공간이 가진 역할과 힘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글 편집부 사진 인성욱 자료 제공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