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을 매개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멋진 공간이 있다. 2022년 개관한 ‘서울아트책보고’는 진입장벽이 높은 아트북을 소외 계층 없이 누구나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아트북 플랫폼이다. 기초 입문서부터 예술 분야 전문가를 위한 기술서와 바이블까지 총망라한 ‘서울아트책보고’에서 문화와 예술을 마음껏 누려본다.
스포츠 시설 내 유휴공간의 변신
뜨거운 함성 속 짜릿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야구장 안에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다. 서울 고척돔 지하 1층에 자리한 ‘서울아트책보고(서울 구로구 경인로 430)’가 바로 그곳이다. 2019년에 개관한 송파구 ‘서울책보고’ 사업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인 ‘서울아트책보고’는 책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개관 이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아트책보고’는 책이 공간이 되고, 공간이 아트북이 되는 ‘아트북의 공간화’라는 콘셉트로 국내 최대 공공 아트북 복합 공간으로 역할을 담당한다.
푸드몰로 활용되었다가 오랫동안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던 2,656㎡ 규모의 지하 1층은 책을 펼친 듯한 부채꼴 형태로 꾸며졌다. 천장을 노출하여 개방감을 주고, 조명과 세련된 서고 디자인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공간은 기능에 맞게 구분하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예술문화 공간
‘서울아트책보고’는 자각몽, 여행마을, 엠프티폴더스, 관객의 취향 등 11개의 전문서점이 입점해 있으며, 미술, 디자인, 건축, 패션 등 총 8개 장르와 13여 개국의 서적 2만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아트북의 종류도 다양해 국내 그림책과 해외의 유명한 팝업북, 아트북 희귀본 및 절판본, 각종 사진집, 미술작품집, 만화책 등 새로운 예술 세계를 경험하기에 충분하다. 인테리어, 게임, 요리 등 라이프스타일 장르까지 다루며 취미의 영역을 예술로 확장하여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 고가이며, 시중 시점에서는 밀봉되어 열어볼 수 없었던 아트북을 아이부터 예술 관련 전공자까지 소외되는 계층 없이 무료로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아트책보고’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전시와 체험 통한 예술과의 소통 창구
‘서울아트책보고’는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크게 서비스 공간과 판매 공간으로 구분한다. 서비스 공간은 아트북을 열람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아트북 라이브러리인 ‘자료보고’는 도서관 형태로 다양한 도서와 주제별 큐레이션 전시를 선보인다. ‘해보고’ 공간은 예술과 책을 기반으로 한 이벤트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민들은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관람하며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경험할 뿐 아니라, 예술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 참여하며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자료보고’는 아트북 특화 자료실로 가상공간에서 아트북을 열람하는 2개 좌석을 포함해 94개의 열람석이 마련되어 있다.
‘아트보고’는 아티스트와 작가, 출판사 등과의 협업을 통한 전시가 열리다. 현재는 내년 3월 2일까지 진행되는 웹툰 만화 전시 ‘공중 만화탕’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아트책보고’와 목욕탕을 주제로 한 그림책과 에세이를 출간한 서코때 작가의 협업을 통해 찜질방 콘셉트로 기획됐다. 중정 광장은 찜질방으로, 갤러리는 목욕탕으로 변신했다.
실제 찜질방을 옮겨놓은 듯한 중정 광장에서 유쾌한 경험과 추억을 쌓는다.
전시 콘셉트대로 충실하게 구현된 공간은 보는 즐거움은 물론, 놀거리가 많아 즐겁다. 탕 안에서 책을 읽는가 하면, 평상 위에서는 보드 게임을 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바나나우유, 식혜, 요구르트까지 판매한다니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재미있는 공간에서 독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중 만화탕’ 전시장
판매 공간에는 11개 전문서점이 아트북을 판매하고, 분야별 선별 도서를 큐레이션 하여 전시하며, 휴식을 취하는 북카페로 구성한 ‘열린보고’가 있다. 그림책 특화 공간인 ‘즐겨보고’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아트북을 열람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아트북 체험존 ‘즐겨보고’는 서울시가 아이와 외출 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서울엄마아빠VIP존’ 1호점이기도 하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쓸모 없이 버려졌던 공간은 이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예술 공간이 되었다. 작가 펄 벅은 ‘나는 내 책이 저렴한 판본으로 출판될 때면 언제나 기쁘다.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분명히 책은 누구나 손에 닿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아트책보고’는 펄 벅의 마음과 닮은 듯하다. 책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돕는다.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을 활짝 열어준 고마운 공간의 변신이라 하겠다.
편안한 독서 공간과 검색을 위한 키오스크, 셀프 포장대까지 시민들을 위해 배려했다
*‘서울아트책보고’ 주중 오전 11시~밤 8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밤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및 설·추석 명절은 휴관한다.
글 편집부 사진 인성욱 촬영 협조 서울아트책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