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탈바꿈 ep. 3
‘카라 더봄센터’

구조와 돌봄, 입양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이상적인 동물보호소가 있다. ‘카라 더봄센터’는 기능적이면서 자연 친화적이며, 아름다운 공간을 통해 동물권 보장과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실현하고자 한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공간 ‘카라 더봄센터’를 소개한다

국내 최초 건축가가 설계한 동물보호소

동물보호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냄새와 소음, 좁은 철창이라면, 그 인식을 바꿔줄 공간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자리한 ‘카라 더봄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위기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하고 교육하고 입양을 보내는 종합 반려동물 보호 복지 공간이다. 대다수의 동물보호소가 최소한의 단순 보호에 머무는 데 반해, ‘카라 더봄센터’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동물보호소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카라 더봄센터’ 1층(위 사진), 2층 평면도

‘카라 더봄센터’는 플랫/폼 아키텍츠에서 설계했다. 4,022㎡(약 1,216평)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강아지와 고양이 약 200여 마리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견사와 묘사 외 동물병원과 교육장, 중앙정원, 옥상정원, 놀이터, 사무공간 등을 갖췄다. 나지막한 산과 논밭에 둘러싸인 ‘카라 더봄센터’는 2020년에 준공하여 벌써 5년 차를 맞이했다.

동물이 사는 환형의 집

플랫/폼 아키텍츠는 부지 선정부터 설계, 시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최수연 대표에게 동물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발상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종 구분이 아닌, 각각의 습성을 고려하여 개체만의 영역을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특히 운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건축가가 제시한 답은 중정을 중심으로 한 환형의 형태. 이등변 삼각형을 닮은 이색적인 형태는 모두의 시선과 관심이 모이며 소외되지 않는 공간을 의미한다. 중정과 옥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슬로프는 동물들이 움직임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입체적인 동선이 된다. 동물들은 바람을 느끼면서 산책하고 뛰어놀고, 주변 풍경도 구경하며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환형 형태는 직원과 봉사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동선을 연결함으로써 동물의 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동물을 돌볼 수 있게 됐다.

“국내 동물보호소에 방문했을 때 냄새에 놀랐어요. 견사 내부에서 대소변을 처리하고, 겨울에는 환기가 어려워 냄새는 더 심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설계할 때 공조 설비가 있지만,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창 면적을 최대한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운데를 비워 표면적을 늘려서 맞바람으로 자연 환기가 되도록 창문을 설계했습니다.”

‘카라 더봄센터’에는 주 이용자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섬세하고 다양한 장치가 더 숨어 있다. 견사와 묘사의 바닥은 청소하기 쉽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타일로 마감했다. 타일은 동물이 핥았을 때 독소가 없는 가장 안전한 자재이기도 하다. 바닥 난방도 되어 겨울 추위도 걱정 없으며, 견사에는 외부 테라스가 딸려 있어 활동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수직 운동을 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맞춰 묘사는 견사보다 천정고가 높고, 가구를 많이 배치했다. 보호소를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꼭짓점 부분이 살짝 들려 있는 건 바로 묘사의 높이 때문이라는 사실. 그 높이 차이가 자연스러운 언덕길처럼 설계되어 산책길에 변화를 주었다. 외부는 황토로 만든 질 좋은 벽돌로 마감했다. 후각이 발달한 동물들을 위해 외부 마감재까지도 자연 소재를 적용했다. 이곳에서 동물들은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인간은 그들을 더 올바르게 돌볼 수 있다.

혐오를 넘어선 공감과 협업의 결과물

동물보호소는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건축 법규와 설비 기준에 따라야 한다. 즉 사람이 이용하는 모든 건축법규를 적용받는다. ‘카라 더봄센터’는 바닥 난방, 공조 설비까지 갖추고 거주 환경의 최소한의 질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건립하는 공간이었기에, 건축가에게는 어려운 예산 문제가 항상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아 기초 공사 시 말뚝을 더 깊게 박으면서 추가된 것을 시작으로, 이 공간에 적합한 수준의 자재를 쓰기에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특히 품질을 유지하고 싶었던 벽돌과 타일은 해당 회사에 건립 취지를 설명하고 후원을 통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카라 더봄센터’가 완공되기까지 예산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혐오시설로 계약이 불발되는가 하면, 공사 직전에는 주민들이 반대하고 일어나서 주민공청회를 열어 설명과 설득의 시간을 가졌다. 준공을 받을 무렵에는 공조 시설을 동물화장장으로 오해한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인근 돈사를 가진 농가에서는 동물보호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 보니 이 공간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카라 더봄센터’를 좋은 시설로 인식하고, 나아가 동물보호소를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가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데 지속적인 소통이 주요했다.

국내 동물보호 시설의 기준이 될 성공 사례

“’카라 더봄센터’에 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피드백이 가장 궁금해요. 하하. 준공 이후 방문했을 때 제 눈에는 편안해 보였는데 말이죠. ‘카라 더봄센터’가 동물을 수용하는 1단계를 넘어 기능적인 요소를 부여한 2.5단계 정도라고 봐요. 앞으로는 그 이상의 동물보호소가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플랫/폼 아키텍츠 최수연 대표

최수연 대표는 이 공간에서 동물의 생명 존엄이 공간적으로 실현된 건축적 메시지를 느끼기 바란다. 더불어 동물권 보장을 위해 일하는 분들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공간이 되어 동물보호라는 일의 가치가 인정받기를 바란다.

마하트마 간디는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국가가 선진국인지 윤리적으로 성숙한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려지고, 학대 받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동물이 없는 세상, 인간과 동물이, 나아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한 제2, 제3의 동물보호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 최종 목표는 입양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글 편집부  사진 제공 플랫/폼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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