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총선일은 18세 유권자가 첫 선거를 치르는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면 정치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는 요즘, 당신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이 될 영상을 소개한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의 필요성
김누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2019)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대한민국.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으로도 세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6년째 자살률 세계 1위, 아동 우울증 세계 1위, 출산율 0.92명으로 사상 최저치 경신(2019년 기준), 그 외 다양한 불평등과 빈곤 문제 등 화려한 국제적 명성 뒤에 가려진 현실은 암담하다.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국민이 정권을 바꿀 때마다 변화에 대한 기대를 품지만 정작 새로운 나라를 맞이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변화하지 못하는 원인을 거대 정당들이 지난 70여 년간 적대적 공생을 해온 잘못된 정치 지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으로 김누리 교수는 선거 제도 개혁을 꼽는다. 거대 정당이 좌지우지하는 승자 독식 구조가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국회로 전해지는 선거 제도, 즉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아야 대의가 왜곡되지 않고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보다 퇴행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정치권에 대한 심판은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가짜 영상 딥페이크의 경고
다니엘 시트론: 진실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딥페이크 (2019)
법학 교수 다니엘 시트론(Danielle Citron)은 머신 러닝 기술의 일종인 딥페이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과 음성 파일을 조작해 실제 이루어진 것처럼 보여주는 딥페이크 기술. 인간의 약점과 네트워크 도구의 상호작용이 딥페이크를 무기로 만드는 실제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 정부의 부정부패와 인권침해를 폭로해오던 언론인 라나 아이윱은 자신이 나오는 가짜 성관계 동영상으로 위협받았다. 가짜라고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이런 온라인 조작은 실제 이야기보다 10배나 빨리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과 맞거나 자극적인 정보에 이끌리는 것이 사람들의 본능이다. 만일 선거 전날 당선 유력 후보자가 아픈 영상이 방영된다면 선거 결과가 바뀔지도 모른다. 이렇듯 딥페이크는 개인과 정치와 금융권 등에 심각한 피해를 주며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니엘 시트론은 그 해결책으로 법률 제정과 법 집행관 교육,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서비스 약관과 공동체 규칙 변경 등을 제안한다. 더불어 개개인에게는 가짜를 알아채는 탐지 능력이 요구된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게 모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How deep fakes undermine truth and threaten democracy?
가족의 시간에 배우는 정치
하자르 샤라프: 정치를 가르치기 위해 저녁 식사를 이용하는 방법 (2019)
리비아의 법학도 출신 운동가 하자르 샤리프(Hajer Sharief)는 인종이나 연령, 성별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의사 결정 과정과 의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는 무상 교육, 세금, 연금 등 개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모두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에 의해 소수를 위한 정치 참여 메커니즘이 만들어져 왔다. 그렇다고 그 소수에 해당했던 남성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젊은이, 여성 그리고 일반인 등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를 성취하려면 우리 자신과 정치적, 국가적, 세계적 사안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자르 샤리프는 작은 정치 제도를 갖고 있는 집단인 가족의 민주적인 회의야말로 정치를 알아가는 데 최적의 장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매주 금요일 진행됐던 가족회의를 통해 정치를 배웠다. 누구든 자유롭게 말하고 다음 회의까지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곧 정치였던 것이다.
정치는 대화를 나누는 것. 어린 자녀가 있다면 이보다 효과적인 정치 공부는 없을 게 분명하다.
How to use family dinner to teach politics
글 편집부 이미지 출처 세바시(www.sebasi.co.kr), 테드(www.te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