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각 후보는 여러 분야의 공약을 내세우며 맞대결을 펼쳤고 승부는 가려졌다. 그중 유권자의 최대 관심은 부동산 공약에 집중됐다.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당선자의 공약을 들여다본다.
서울시장의 첫 공약 ‘집 걱정 없는 서울’
사상 최초 4선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은 ‘집 걱정 없는 서울’ 5대 공약을 약속했다. 주 내용은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재개발·재건축에 신속통합기획 도입 확대, 다가구·다세대 밀집 지역에 모아주택‧모아타운 추진, 환영받는 청년 주택(스마트 2030), 3대 거주형 효도 주택 공급 추진 등이다.
이 중에는 이미 시행 중인 공약이 포함돼 있다. 작년 연말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예정지를 발표하며 대규모 재개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지난 6일에는 현재 추진 중인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의 심의 기준을 개선해 즉시 시행한다고 발표해 규모가 작은 노후 저층 주거지의 재개발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임대주택의 품질 개선도 진행 중이다. 평형을 1.5배 이상 확대, 고품질 내장재 적용 등 분양 아파트와의 구분 없는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을 약속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도시 재건축이 핵심인 경기도
경기지사 선거는 초박빙 승부로 유권자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그만큼 김동연 지사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 지사는 부동산 공약으로 ‘1·3·5 정책’을 내놨다. 가장 핵심인 ‘1’은 1기 신도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의미이다. 1기 신도시의 노후한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 면제와 규제 완화, 순환 정비 방식으로 전셋값 상승을 막겠다는 방안이다. 지난 5월 말 국토부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종합계획 및 입법 지원을 추진하기로 해 공약이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 ‘3’은 1기부터 3기 신도시 전체를 주거, 교육 인프라, 일자리를 갖춘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3기 신도시에 용적률 10%를 가산해주고, 최고 높이 50층까지 허용하는 ‘디자인 인센티브’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이다. ‘5’는 약 20만 호의 아파트를 반값으로 공급해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교통, 교육, 일자리 공약 실현이 따라야 한다.
부동산 시장 흔드는 GTX 공약
GTX는 부동산 불안정과 노선에 따른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뜨거운 감자’다. 그만큼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군의 대다수는 GTX 노선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경기지사 여야 후보는 수도권 전역을 ‘30분대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며 GTX 신설과 연장을 약속했다. 인천시장은 GTX B노선 조기 착공과 D·E노선 추진, 충청·강원 등 지방에서도 GTX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GTX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GTX A·B·C 3개 노선을 반영하며 시작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GTX 사업의 성적표는 어떨까? 새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GTX 연장·신설 세부안은 국정과제에서 빠졌지만, 사업 진행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임 국토부 장관은 “이번 정부 내 GTX A 노선 개통과 B·C 노선 착공, D·E·F 등 신규 노선 발굴도 추진해 GTX를 대폭 확충하겠다”라고 밝혔다. 공약 이행까지는 단기간, 재원 확보, 노선 수정 과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집값 문제가 크다.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전망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GTX 호재에 따라 급등했던 수도권 아파트 단지 집값이 수억 원씩 떨어지며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GTX로 인한 집값의 파도타기가 잠잠해질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국민을 위한 공약 실현 기대
위에서 살펴보았듯 여야는 공통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웠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로 주춤한 현재 부동산 시장이 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새로 선출된 광역단체장들의 부동산 공약으로 혼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당이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2곳을 석권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와 함께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통해 보유세와 거래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을 발표했다. 여당 당선인들이 공약한 부동산 정책과 대동소이해 향후 부동산 정책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국민의 바람은 뚜렷하다. 지방선거의 승리자가 누구든 내 집 마련, 주거 환경 개선, 자산 불리기 등 기대와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화려한 약속이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이 되기를 바랄 뿐.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