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국내외 사명 변경 사례

최근 몇 년간 기업 사명 변경을 알리는 뉴스가 꾸준히 들려온다. 큰 비용과 노력, 시간을 투자해 사명을 바꾸는 데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ESG 경영 강화, 이미지 쇄신 등의 목적이 담겨 있다. 사명 변경의 국내외 트렌드와 다양한 사례를 살펴본다.

기업의 핵심 언어 ‘사명’

아기가 태어나면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또는 크게 성공하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곤 한다. 이름이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에 작명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하고, 성인이 된 후 개명하기도 한다. 사명 역시 그 기업을 대표하는 핵심 언어이자 비전과 철학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역할이 크다. 사명은 기업의 정체성과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사명이 가진 의미가 큰 만큼 사명 변경은 리스크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인수합병이나 대주주 변경, 계열 분리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사명이 있어야 했다. 최근에는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명을 바꾸는 기업이 많아졌다.

사명 변경 이유와 국내외 사례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사용해온 사명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이브(HYBE)가 있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새 이름이다. 기존 빅히트 레이블은 하이브 레이블에 속한 연예 기획사로 남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음악에 기반을 두는 기업 본질은 유지하되 이를 연결,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의 상징으로 사명 변경을 단행했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업무 수행 방식과 조직 문화 변화를 이끌 새 사옥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명은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 위해 변경하기도 한다. 사명에는 사업 영역에 대한 표현이 강하게 적시되기 마련인데,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자 할 때 방해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포괄적인 사업 영역을 사명에 담기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한 SK그룹 사례를 살펴보자. 그룹사 대부분이 그룹 브랜드 SK와 특정 사업명이 결합한 형태의 사명을 쓰다가 4차 산업혁명, 확대된 사업 범위를 담아낼 사명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가령 SK종합화학은 ‘SK지오센트릭’으로 바꾸고 지구와 환경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SK건설은 친환경, 신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SK에코플랜트’로 바꿨다.

던킨도너츠는 사명 변경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넛의 인기가 식어가고 다른 식음료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하자 사명에서 도넛을 과감하게 떼고 ‘던킨’으로 바꿨다. ‘던킨’은 매장에 카페 인테리어를 접목하고 커피 메뉴를 늘림으로써 다시 매출이 반등했다. 또한 뉴던킨 프로젝트로 품질 향상과 생산시설 재편에 착수하는 등 성공적인 브랜드 변화를 가져왔다.
기아자동차 역시 자동차를 빼고 ‘기아’로 사명을 변경해 자동차 생산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확장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이 ‘메타(메타버스에서 유래)’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VR 관련 기기 제조사를 인수하는 등 소셜미디어 중심의 사업 모델을 벗어나 미래 산업인 메타버스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페이스북의 도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인지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 것도 최근 트렌드이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카카오재팬은 ‘카카오픽코마’로 사명을 바꾸고 프랑스에 서비스를 시작하며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 출판만화 시장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추세라는 점을 인식하고, 일본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최초 버추얼 휴먼인 로지를 제작한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도 ‘로커스엑스’라는 새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회사 재건과 이미지 쇄신을 위한 사명 변경 사례도 많다. 현대그룹에서 마지막으로 분리된 ‘현대상선’은 장기간 구조조정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판단하에 글로벌 시장에서만 통용되던 ‘HMM’만을 사명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브랜드 파워는 유지하되 그룹 이미지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라 읽힌다. 현대상선은 이에 앞서 현대그룹 상징 대신 영문사명(HMM)을 바탕으로 CI 교체를 먼저 단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사명을 단순화하는 경우도 있다. 긴 이름을 짧게 줄이거나 명료하고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명을 각인시킬 수 있고, 표기와 발음하기가 쉬워지는 효과를 얻는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다음&카카오를 거쳐 현재의 사명을 갖게 됐다. 이 외 ING생명은 상표권 만료로 ‘오렌지라이프’라는 새 사명을 갖기도 했다. 타의에 의한 사명 변경 사례라 할 수 있다.

사명 변경은 해당 기업의 주주총회 결정으로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약 한 달여 동안 무려 상장사 38개가 사명을 변경했다. 업계 이해관계자와 소비자에게 긴 시간 동안 인지되어온 사명을 바꾸는 것은 기업의 강력한 변화 의지가 뒤따르는 일이다. 사명 변경이 기업의 변화와 전환점의 실질적인 모멘텀이 되기 위해선 새로운 출발을 공표한 대로 기업의 외연만 바뀌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약속의 이행이 필수적일 것이다.

편집부 이미지 던킨 홈페이지, 메타 공식 유튜브, 카카오·하이브 ·HMM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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