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디앤아이한라의 주거 철학을 구현하는 각 분야 전문가를 조명하는 EXPERTS(엑스퍼츠) 시리즈의 첫 주자로 지크아이디 유영열 본부장을 만났다. 변화하는 삶에 맞춰 스스로 진화하는 공간을 꿈꾸는 그에게서 ‘에피트’ 주방의 혁신을 들어본다.
Q. 자기소개와 지금까지의 주요 프로젝트를 말씀해 주세요.
A. 지크아이디 내 인테리어디자인 파트를 맡고 있는 유영열 본부장입니다. 2002년부터 주거 및 호텔 & 리조트, 오피스 인테리어 설계를 주로 담당해 왔습니다. 변화하는 기업 이미지를 반영한 최상의 디자인 공간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 HL 디앤아이한라와 시흥 커뮤니티, 전주 감나무골 커뮤니티 마감재를 제안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구 지역의 메테우스 칠성은 시행사와 협업하여 유닛 및 커뮤니티에 대한 미래 주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Q. HL 디앤아이한라와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24년도 초반 해운대 우동 오피스텔 공용부 마감재 검토 요청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어요. 그 이후 다수의 시공 현장에서 마감재 및 대안 방안에 대한 제안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아 대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사로부터 ‘에피트’ 주방 특화 및 평면 개발 관련 입찰 참여 요청을 받았고, 그 결과 수주에 성공하였습니다. 결과와 별개로 해당 과정에서의 디자인 역량과 대응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Q. ‘에피트’의 첫인상이나 브랜드의 정체성은 어땠나요?
A. 기존 한라비발디 브랜드는 V 로고 중심의 강한 시각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특징이었으며, 주로 40~50대 대상층에 각인된 브랜드로 인식되었습니다. ‘에피트’는 20~30대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한 브랜드로 평가됩니다. 기업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AI 모델 에이첼은 미래지향적인 기업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임시완 배우를 활용한 CF는 젊고 세련된 감각을 느끼게 했습니다. 건설 비수기 시장에서 ‘에피트’의 등장은 매우 강렬하고 세련되게 다가왔다고 기억됩니다.
주방에 대한 새로운 해석: 설계 철학
Q. 리서치 과정에서 변화하는 주방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포착한 점이 있었다면요?
A. 과거에는 조리 시 벽을 바라보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거실을 향한 아일랜드 식탁이 주방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실과 주방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LDK(Living-Dining-Kitchen) 일체형’ 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주방이 거실과 통합되면서, 시각적으로 복잡한 요소들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실제 사용자들은 매우 구체적인 요소들을 요구하곤 하는데요. 그 예로 빌트인 풀 페이스나 포켓도어를 활용하여 사용하지 않을 때는 소형 가전이나 조리대를 문 뒤로 완벽히 숨기는 ‘히든 수납’ 설계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주방을 품격 있는 인테리어 공간으로 유지하려는 욕구를 반영합니다.
“‘에피트’ 주방 설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Hide & Seek’입니다.
숨바꼭질 게임을 하듯 숨기고 싶은 공간은 숨기고, 찾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공간은
과감하게 표현해서 흥미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주방 트렌드의 변화 예시
Q. ‘좋은 주방’이라는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고수한 최우선 설계 원칙이 궁금합니다.
A. 최우선 원칙은 ‘여백과 집중’이었습니다. 수납을 꽉 채우기보다 작업대가 비어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설계의 본질입니다. 주방은 다양한 물건이 많은데,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들의 지정석을 만들어주는 것인데요. 즉 사용자가 주방에 섰을 때 막힘이 없도록 세밀하게 동선을 만들고, 필요한 도구가 손에 바로 잡히는 시스템을 갖추게 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 주방은 ‘도구’로서의 가치를 완성하게 됩니다.
차별화된 에피트만의 디테일: 공간 전략
Q. ‘히든 키친’과 ‘오픈 키친’ 전략을 제안하셨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공간과 숨기고 싶은 공간을 구분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A. 공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심미적 가치’ VS ’기능적 해결’이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공간(Open)에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드러내는 요소들이 담깁니다. 디자인이 수려한 커피 머신, 오브제 역할을 하는 고가 프리미엄 가전, 정갈하게 정리된 와인잔이나 식기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숨기고 싶은 공간(Hidden)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적·청각적 노이즈의 해결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각종 전선, 양념통, 설거지 후의 젖은 그릇, 그리고 냄새와 연기가 발생하는 가열 조리 영역입니다.
보여주고 싶은 공간과 숨기고 싶은 공간을 구분하는 스토리텔링
Q. 판상형과 코너형 평면을 각각 특화 설계로 풀어내셨습니다. 두 유형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맞춤형 설계를 제안하셨나요?
A. 판상형의 경우 일반적인 LDK의 일직선상의 배치가 아닌 거실-다이닝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주방은 FLEX KIT/SECRET KIT로 구분하여 사용하게 하려고 일반적인 침실 1-2의 연속 배치가 아닌 침실-거실-침실-침실 배치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여 설계하였습니다.
코너형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거실과 주방을 입구와 가까이 배치하고 프라이빗 공간을 안쪽에 배치했습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구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최근 변화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으로 기획하고자 하였습니다.

판상형(위)과 코너형(아래) 평면 옵션 투시도
Q. 설계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인 기술적 요소나 한 끗 차이의 디테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시각적 노이즈를 제거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조명 설계에 공을 들였습니다. 천장을 보시면 커다란 메인 등기구가 없습니다. 대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빛을 배치하여 공간의 높이감과 개방감을 확보했습니다. 조명을 단순히 밝히는 용도가 아니라 공간의 리듬감을 만드는 장치로 활용하였습니다.
Q. 가변형 구조와 커스터마이징 옵션(와이드 다이닝, 멀티룸, 실내 발코니 등)을 통해 사용자가 경험할 삶의 질적 변화는 무엇일까요?
A. 가변형 구조와 커스터마이징 옵션은 단순한 평면의 변화를 넘어, ‘집이 거주자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는 공급자가 정해 놓은 틀에 삶을 맞추던 방식에서 벗어나, 거주자가 공간의 주도권을 갖게 됨으로써 삶의 질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옵니다. 와이드 다이닝의 경우 식사 시간 외에도 아이의 학습 공간, 부부의 홈 바, 혹은 대규모 손님맞이 공간으로 변모하며 가족 간의 유대감을 깊게 만드는 ‘소셜 커넥터(Social Connector)’ 역할을 수행합니다.
고정된 방의 개념을 깬 멀티룸은 현대인의 복잡해진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하는 완벽한 ‘개인 맞춤형 캔버스’가 되어 공간이 나의 정체성을 뒷받침해 줄 때 거주자는 집에서 단순한 휴식 이상의 자아실현적 만족감을 얻습니다. 외부와 내부의 완충 지대인 실내 발코니는 도시 생활에서 결핍되기 쉬운 ‘여유의 한 조각’을 집 안으로 들여옵니다.
Q. 설계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합니다.
A.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인 수치보다 ‘당연하다고 믿어온 주거 문형’을 깨뜨리는 일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익숙해진 판상형과 코너형의 전형적인 레이아웃은 거주자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인의 다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기에 너무 좁은 틀이기도 했습니다.
이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공간 철학을 설득해 나간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새로운 시도가 ‘불안한 도전’이 아닌 ‘현명한 선택’이 되도록 가변형 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지금은 이 구조가 낯설 수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 언제든 다시 벽을 세우거나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즉, ‘고정된 정답’이 아닌 ‘진화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집을 제안한 것이 결정적인 설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협업의 여정과 지향점
Q. 브랜드의 방향성과 설계자의 창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과정은 어땠나요?
A. 단순히 “이것이 더 예쁘다”라는 주관적 창의성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창의성의 근거를 항상 ‘시장과 사용자의 니즈’에서 찾았습니다. “최근 주방의 역할이 소셜 허브로 바뀌고 있다”는 거시적 트렌드 리서치를 바탕으로 ‘히든/오픈 키친’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설계자의 창의적 발상을 브랜드가 지향하는 ‘고객 만족’이라는 언어로 번역하여 제시했을 때, 브랜드와 설계자는 대립 관계가 아닌 공동의 목표를 향한 파트너가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술품질혁신실 박재우 상무님과 기술연구소가 브랜드의 지향성을 명확하게 전달해 주셨고, 열린 마음으로 저희의 의도를 수용해 주셔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에피트’의 주방 설계 참여는 본인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나요?
A. 저에게 이번 주방 설계 참여는 ‘집은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던지는 즐거운 질문이었습니다. 판상형과 코너형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춤화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이번 경험은 앞으로 제가 추구할 공간 철학의 견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결국 공간을 바꾸는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내일을 바꾸는 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아파트가 수십 년 이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야 하는 설계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는 계기도 되어 의미가 깊습니다.
“혼자만의 조용한 새벽 커피 한 잔부터, 온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요리하는 저녁까지.
주방은 이제 가장 내밀한 휴식처이자 가장 열린 사교의 장입니다. 이 양면성의 조화를 위해 설계한
‘히든’과 ‘오픈’의 밸런스가 거주자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줄 것입니다.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그 안에서 보낼 거주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담긴 저의 고민과 열정이 거주자의 매일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머무는 곳을 넘어, 거주자의 삶이 가장 아름답게 꽃피는 무대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Q. 최종적으로 ‘에피트’의 주방이 사용자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경험되길 바라시나요?
A. 결국 공간의 완성은 그 안을 채우는 사용자의 온기입니다. 제가 설계한 이 ‘유연한 플랫폼’ 위에서 사용자가 자신만의 행복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며, 이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창의적인 ‘나만의 안식처(Sanctuary)’로 기억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 편집부 사진 인성욱 이미지 자료 제공 지크아이디

